부인이 들려주는 현대 가족 이야기

백승아 기억과기록 회원 / 기사승인 : 2019-05-15 09:18:02
  • -
  • +
  • 인쇄
기억과 기록

울산 사람들이 주인공인 책 한 권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현대 가족 이야기>(조주은 저)입니다. 책 제목을 보고 고대, 근대와 같이 ‘현대’ 시대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현대자동차 생산직 노동자의 가족 이야기입니다. 그들이 살아가는 생생한 모습을 ‘여성의 목소리’를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책입니다. 저자 역시 현대자동차 생산직 노동자의 아내였습니다. 저자는 2001년 12월부터 2002년 5월까지 18명의 여성들을 인터뷰했습니다. 주로 근처에 살고 있는 이웃들이었습니다. 모두 첫 아이가 취학 전인 전업주부 여성들인데, 이 시기의 여성들이 초기 양육 시기와 신혼 초의 가족생활에서 겪는 여러 가지 모순과 고통을 더 잘 기억할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책을 함께 읽은 20대 초중반의 대학원생들은 자신의 어렸을 적 가족의 모습과 닮아있다고 신기해합니다. 울산에서 2000년대 초반을 생활한 사람이라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경험했던 가족 이야기가 펼쳐지니 흥미롭게 술술 읽히는 책입니다. 그리고 10여 년 전 과거의 기억이지만 오늘날의 모습과 비슷해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기도 합니다.


주인공 여성들의 나이는 20대 후반에서 30대 후반에 걸쳐 있으며, 고향은 거의 영남권입니다. 울산이 고향인 여성은 4명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결혼과 함께 남편을 따라 낯선 울산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18명의 여성의 생애에서 드러나는 공통적인 ‘사회적’ 요소들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미혼 때는 아버지나 오빠에 의해 통행금지 시간이 정해져 있는 가정에서 자랐습니다. 그녀들이 여기에서 탈출하는 방법은 ‘결혼’이었습니다. 연애에서 결혼에 이르는 기간이 짧다는 것도 공통적인 현상입니다. 결혼을 통해 안정적인 노동력을 얻고자 하는 기업문화가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결혼 전 단순생산직 노동자 또는 서비스직에서 일하던 여성들은 결혼 후 전업주부가 됩니다. 여기에는 남편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는데, 아내의 직장생활을 반대하는 것은 ‘노동구조’와 ‘문화’에서 비롯되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철저하게 성별 분업화된 작업장, 온전한 휴식의 공간을 필요로 하는 고된 노동환경, 안정된 노동력을 얻고자 하는 기업의 의도,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통제하고자 하는 남성문화,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고 상품화하는 문화는 가정 내의 성별 분업 이데올로기와 모성 이데올로기를 강화시킵니다.


‘경상도 남자는 무뚝뚝하다’고 합니다. 주변의 남자 어른들을 떠올리면 공감이 되는 표현입니다. 이 책의 인터뷰 내용에서도 이런 표현이 어김없이 등장합니다. 가정 내의 갈등 원인으로 ‘대화 부족’을 문제로 제기하면서 우리 남편이 경상도 남자라서 무뚝뚝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저자는 ‘무뚝뚝함’ 역시 개인 또는 지역적 성향이 아니라 ‘구조’와 ‘문화’에서 비롯되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철저한 성별 분업은 서로 간의 대화거리를 소멸시킵니다. 또, 직장생활이나 사회생활에 대해 대화를 나눌 만한 사람과 아닌 사람을 구분하게 만듭니다. 부인을 사회인, 동료, 같은 인격체로 인식하기 어려워지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들의 무뚝뚝함은 가정 내에서 두드러집니다. 무뚝뚝하기 그지없는 아버지들도 직장동료들과는 대화를 잘 나누곤 하지요. 나의 아버지가 남동생과 나누는 대화 주제가 나와 나누는 대화와 달랐던 것이 이해가 되는 대목입니다. 아버지의 문제가 아니라 아버지가 속해 있는 사회구조와 문화의 문제라고 생각하니 서운함이 덜어지는 기분입니다.


그럼 오늘날의 가족 모습은 어떤가요? 10여년이 지난 지금, 성별 분업화된 사회는 좀 더 조화로운 모습이 되었나요? 독자 여러분의 가정에서 대화의 주제는 성별에 따라 나누어져 있지는 않나요?


백승아 기억과기록 회원

 

[저작권자ⓒ 울산저널i.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백승아 기억과기록 회원

오늘의 울산 이슈

뉴스댓글 >

주요기사

+

많이 본 기사

정치

+

경제

+

사회

+

PHOTO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