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제도 개편을 위한 엉뚱한 상상

천창수 화암중학교 교사 / 기사승인 : 2019-10-03 09: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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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톺아보기

조국 법무부장관을 둘러싼 공방이 치열하다. 한쪽에서는 ‘조국 파면’을 외치고 다른 쪽에서는 ‘조국 수호’를 외친다. 지난 토요일에는 서초동 검찰청 앞에서 조국을 지지하고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100만이 넘는 시민이 모여 집회를 열었다. 길 건너편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맞불 집회가 열렸다.


이번 ‘조국 대전’은 다양한 정치적 의미를 갖는 대결이긴 하지만, 이 글에서는 애초 조국 장관의 인사청문회에서 불거져 나온 자녀의 입시 당시의 특혜나 편법에 한정하고 또 팩트를 체크하기보다는 제도적인 측면에서 고민해 보려 한다.


조국 장관의 후보 당시 인사청문회에서 문제가 됐던 것은 자녀가 고등학교 재학 중일 때 논문의 제1저자로 등재된 점, 그리고 어머니가 재직 중인 동양대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총장의 표창을 받은 일(총장의 표창이 위조라는 주장도 있다)이다.


물론 이것은 특혜다. 조국 부부와 같은 부모를 두지 못한 대다수 학생들은 논문 작성에 참여하거나 부모가 재직 중인 대학교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표창을 받기 힘들 것이다. 그런 점에서 특혜라는 주장이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런데 이것은 특혜이긴 하지만 합법적인 틀 내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고 대다수 고등학교에서 입시지도 교사들이 추천하는 과정이고 이런 기회를 만들어 학생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분주히 노력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제도적으로 허용되고 있기 때문에 누구나 하고 싶어 하고 하려고 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은 입시제도에 대한 제도적 보완을 지시했고, 유은혜 교육부장관은 학종(학생부 종합전형)의 비교과 활동을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과연 학생생활기록부에서 비교과 활동(논문 참여, 봉사활동 등)의 기재를 폐지하면 입시가 공정해지고 아무런 불만도 나오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는 국민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왜냐면 새로운 편법과 특혜가 등장하리라 확신하기 때문이다.


정시 비율을 높이고 문제를 완전히 오지선다형으로 출제한다면 부모의 금력과 권력에 영향받지 않을까? 학교는 완전히 무너지고 학원과 고액 과외가 판치는 세상이 올 것이다. 우리가 더욱 절망하는 것은 어떤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돈과 권력으로 새로운 편법과 특혜를, 특히 합법적으로 만들어낼 것이라 확신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는 틀에 박힌 입시제도 개편이 아니라 완전히 엉뚱한 상상이 필요하지 않을까? 어쩌면 엉뚱한 상상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지 않을까? 엉뚱한 상상 두 가지를 소개한다.


첫 번째 상상은 대입제도 과열과 파행의 근본 원인은 학벌에 따른 사회적 대우와 소득의 차이에 기인한다고 진단한다. 그래서 학력이나 학벌에 따른 임금의 차이를 획기적으로 줄인다면 입시 경쟁이 완화되고 공정해질 것이라 주장한다. 다만, 문제는 사유재산인 기업의 임금을 법률로 통제할 수 있느냐는 위헌 시비가 일어날 것이다. 


두 번째 상상은 일정한 학력을 갖춘 학생은 대학에서 열심히 공부하면 의사든 법률가든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전제로 한다. 그래서 대입 자격시험을 치고 일정한 점수 이상을 받은 학생은 합격자가 되고 이 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원서를 제출하고 공정한 추첨으로 합격자를 가리는 것이다. 물론 학생들은 SKY 대학에 지원할 것이나 경쟁률이 높아서 낙방할 가능성이 높다. 대신 모든 국공립대학을 하나의 대학으로 통합해 똑같은 졸업장을 주고 대학교수들을 초중등 교사처럼 4년마다 다른 대학으로 발령을 낸다면 대학별 서열은 사라지고 수능시험 1~2점을 더 받기 위한 과도한 학습 부담과 경쟁도 사라질 것이다.


다소 엉뚱한 상상일지 모르지만 아무런 대책이 없는 현재의 대입제도 개선안보다는 훨씬 낫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엉뚱한 상상이 현실이 되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원한다.


천창수 화암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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