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줄 것인가

이근우 시민, 농부 / 기사승인 : 2019-12-18 09: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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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철학
▲ 된서리도 버티는 꽃

 

퇴비를 다룬 지난 글에서 말씀드린 내용은 토양관리에 직결되는 사항들입니다. 지속적으로 토양에 유기물을 투입해 그 함량을 높여나감으로써 안정적인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됩니다. 이는 농작물의 재배방식, 이른바 농법과 무관하게 모든 농사의 근저를 이루는 것으로 모든 재배기술에 앞서는 기초 중의 기초가 되는 사안입니다. 제대로 된 토양관리 없는 농사기법은 사상누각이며 모든 실패의 근원이 되는 뿌리임을 새겨두어야만 합니다.

 

▲ 보따리(소형) 퇴비 만들기


흔히 관행농법으로 불리는, 대부분의 농가가 적용하고 있는 농사의 얼개는 다양한 비료와 농약의 일상적 사용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 비료는 질소(N), 인산(P), 칼륨(K)인데 작물의 생장에 가장 기본적인 기능을 하는, ‘비료의 3요소’로 명명된 무기물들입니다. 질소는 세포분열과 증식에 관여하고, 뿌리와 잎, 줄기 등의 생육에 기여합니다. 양분의 흡수와 동화작용을 왕성하게 하는 역할도 담당하는 무기물입니다. 질소가 부족하게 되면, 작물발육이 좋지 않아 왜소해지고 잎은 연한 황색이나 적갈색으로 변하다가 황색으로 고사합니다. 줄기나 뿌리가 자라지 않고, 열매의 수량이 적어지고, 모양과 품질도 형편없어집니다. 질소가 지나치게 많은 경우에는 이파리가 암녹색으로 변하고 가지가 지나치게 많이 자라는 ‘과번무현상’이 나타납니다. 착과나 품질이 떨어지고, 칼슘 흡수를 억제해 칼슘 결핍증상이 나타납니다.

 

▲ 틀밭에 이불 덮기

인산은 새로 나오는 뿌리와 잎, 꽃, 과실의 발달에 결정적인 작용을 합니다. 작물의 착과를 왕성하게 해 수량이 늘어나게 할 뿐 아니라 과실의 단맛을 높이는 역할을 합니다. 또, 인산은 과실의 숙성을 촉진하고, 저장성을 높여줍니다. 인산이 부족하면 잎의 폭이 좁아지고 개화나 결실이 부실해집니다. 낙엽이 빨리 지고, 과실의 맛이 떨어지거나 종자의 형성이 좋지 않게 됩니다.


칼륨은 물과 양분의 이동에 관여합니다. 잎에서 만든 양분을 열매로 옮기고, 열매가 커지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부족할 경우 광합성이 잘 안 되거나 조직이 괴사하는 등 생장이 저하됩니다. 칼륨 과잉일 경우 잎 가장자리가 갈색으로 변하면서 시들고, 과실의 착과도 나빠집니다.


이밖에도 작물의 생장에 필요한 무기물을 재료로 하는 화학비료는 다양합니다. 작물 성장에 꼭 필요한 ‘필수원소’는 탄소(C), 수소(H), 산소(O), 질소(N), 황(S), 칼륨(K), 인(P), 마그네슘(Mg), 칼슘(Ca), 몰디브덴(Mo), 구리(Cu), 망간(Mn), 붕소(B), 철(Fe), 염소(CI), 니켈(Ni) 등입니다. 탄소, 수소, 산소는 물과 공기를 통해 공급되고, 나머지는 비료로 충당하게 됩니다. 탄소에서 칼슘까지 9가지 원소는 특히 ‘다량원소’라고 부릅니다. 나머지는 ‘미량 원소’라고 합니다. 그런데 미량 원소는 농작물이 필요로 하는 양이 적어서 그렇게 부릅니다만, 소량이지만 필수적으로 공급돼야만 한다는 뜻이 담겨있습니다. 이는 ‘최소량의 법칙’(유스투스 리비히)으로도 부르는데 작물의 생장은 부족한 무기물에 의해 좌우된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위에 열거한 무기물들은 작물 재배 과정에서 반드시 공급돼야만 하는 것들입니다. 예를 들어 미량 원소인 붕소가 부족하게 되면 이파리에 작은 반점이 나타나다가 잎맥 사이에 황화 현상이 나타납니다. 생육이 왕성한 부위에서 발생하기 쉽습니다. 또, 망간이 부족한 경우에는 잎끝과 중간에 황화 증상이 나타나는데 새 이파리에 주로 나타납니다.

 

▲ 겨울은 창고 짓는 계절

이처럼 ‘필수원소’들은 작물 재배에서 필수적으로 공급돼야만 작물이 정상적으로 자랄 수 있습니다. 일반농업에서는 그러한 원소들을 화학비료에 의존해 충당합니다. 화학비료는 그 효과가 즉각적입니다. 이미 화학적으로 처리된 순수 무기물이기 때문에 녹는 즉시 뿌리로 흡수되기 때문입니다. 원리적으로 볼 때, 화학비료는 작물의 요구량에 맞춰줘야 합니다. 이러려면 현재 토양의 무기물 구성비를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화학비료의 즉효성에 비춰 요구량 이상으로 과잉 투입될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것입니다. 또 무기물은 종류에 따라 상호 배척하는 원소가 있기 때문에 투입 비료의 성분에 유의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주의는 토양에 대한 전격적 화학처리에서 정밀할 수는 없습니다. 농민 개개인이 그 모든 성분비를 토양의 상태에 맞게 시비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농지가 불가피하게 과영양화 또는 편협한 무기물 구성비를 갖게 되는 원인인 것입니다. 일단 토양의 건전한 무기물 구성이 와해된 농지는 쉽게 개선하기 어렵습니다. 투입된 무기물을 일일이 걷어낼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농약이라 함은 농작물(수목 및 농림산물을 포함)을 해하는 균, 곤충, 응애, 선충, 바이러스, 잡초, 기타 농림부령이 정하는 동·식물(이하 병충해라 한다)의 방제에 사용하는 살균제·살충제·제초제 기타 농림부령이 정하는 약제와 농작물의 생리기능을 증진하거나 억제하는 데 사용하는 약제를 말한다.” ‘농약관리법’에서 말하는 농약의 정의입니다. 농약에는 살충제, 살균제, 살충 살균제, 제초제, 쥐약, 식물 성장 조절제, 유인제, 전착제, 천적, 미생물제 등이 있습니다. 이에 해당하는 화학농약이 작물별로 생산, 소비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농약의 독성이 완화되고 잔류기간도 짧게 조정되는 등 사람에 대한 안전성이 상당히 높아졌으나 여전히 유해합니다. 건강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으므로 화학비료를 사용할 때와 달리 보호장구가 필요하고, 배합비율에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화학적인 방법으로 합성된 농약은 모든 생명체에 대해 유해합니다. 보호하려는 작물과 토양 속의 작은 동물이나 미생물에게도 위협이 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적정비율이더라도 농약에 빈번하게 노출되면 작물은 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토양의 미생물 환경도 악화됩니다. 특히 호르몬제로 알려진 성장조절제는 작물의 고유한 특성을 와해시켜 품질저하를 가져옵니다.


일정하게 규모화된 농가에서 화학농약의 사용은 불가피합니다. 작물 밀집 지역으로 온갖 벌레와 균이 찾아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작물과 토양에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벌레와 균 등을 배제하는 농사가 과연 가능한 일인지조차 모르겠습니다. 천연농약도 광범위하게 소개되고 있으나 화학농약에 비해 효과가 낮고, 불안정할 뿐 아니라 지속성도 짧아 대규모 농사에서는 맥을 못 추는 형편입니다.

 

▲ 겨울은 창고 짓는 계절


화학비료와 농약을 전혀 쓰지 않는 농사를 유기농이라고 합니다. 가끔 오해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친환경농사는 비료를 주지 않고 해충방제도 하지 않는 농사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물론 그렇게 농사를 지을 수는 있습니다만, 지속적으로 그렇게 농사를 지을 경우 지력이 다하는 때에 심각한 흉작이 올 것입니다. 아니 그 전에 특히 벌레의 공습으로 인해 수확기에 건질 작물이 남아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일정량 이상의 잉여 생산물을 기대하는 산업, 농업은 전 역사에 걸쳐 비료와 농약에 대해 고민해왔습니다. 어떤 농법을 채택하든 필수원소에 해당하는 무기물이 토양에 공급돼야만 합니다. 화학적으로 처리된 것인가, 유기물에서 유래한 것인가라는 차이가 농업의 상이함으로 규정되는 것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화학비료는 즉각적으로 투입된 전량이 거의 직접적으로 작물에 유입됩니다. 반면 유기물에서 유래하는 특정 무기물은 유기물의 분해과정에서 조금씩 작물이 흡수하게 됩니다. 작물의 고유한 삶의 원리에 따르자면 유기물 또는 천연재료에서 녹아 나오는 다양한 무기물을 영양으로 취하도록 하는 것이 그 특성과 장점을 온전히 살리는 길일 것입니다. 그러나 농업은 그 태생에서부터 인위적으로 자연계와는 비교할 수 없는 과도한 생산량을 작물에게 요구해왔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지구적으로는 식량이 부족한 형편입니다. 작물 특성을 최소한으로 훼손하면서 조금 더 인간에게 이로운 농작물을 충분히 생산해내는 것이 우리 농업의 과제인 것입니다.


이근우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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