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방송 후원문화와 존엄성

김민우 취업준비생 / 기사승인 : 2019-05-15 09: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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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공감

하루에 한 번은 유튜브에 꼭 들어간다. 얼마 전에도 자기 전에 유튜브를 켜고 영상을 봤다. 한강에 돗자리를 펴고 음식을 먹는 평화로운 영상이었다. 음식을 먹던 도중에 “XX님이 별풍선을 109개 선물하셨습니다”란 알림이 떴고 영상에 나오는 BJ는 리액션(인터넷 방송에는 시청자가 BJ에게 후원하면서 특정 행동을 요구하는 문화가 있는데 이를 흔히 ‘리액션’이라고 한다.)으로 강아지 흉내를 냈다. 돈을 받고 개처럼 짖는 리액션을 보고 재밌다는 감정이 먼저 들었다. 감정이 지나간 후에는 과거에 했던 고민이 떠올랐다.


BJ의 리액션을 처음 본 건 개인 방송이 유행하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페이스북에서 우연히 보게 됐는데, 영상 속 BJ는 별풍선을 받기 위해서 몸에 간장을 붓고 있었다. 그 BJ는 눈썹이 없었는데 알고 보니 눈썹도 별풍선을 받기 위해 밀어버린 거였다. 충격이었다. 돈을 벌기 위해서 눈썹을 밀고 몸에 간장을 붓는다. 마음이 불편하고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뭐가 잘못됐는지 정확하게 짚어낼 수 없었다.


BJ는 별풍선을 원하고 시청자는 리액션을 원한다. 당사자들이 자발적으로 한 선택이고 불법도 아니다. 누군가 피해를 보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BJ는 돈을 벌고 시청자는 리액션을 보고 즐거워한다. 나쁜 점은 없고 좋은 점만 있다. 리액션을 ‘돈을 받고 특정 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정의하면 노동과 같은 속성을 공유한다. 깊이 생각할수록 직관과 모순되는 결론이 나왔다. 하지만 리액션에 대한 부정적인 느낌은 사라지지 않았다. ‘잘못된 일인 건 확실하지만 무엇 때문에 잘못된 일인지는 설명할 수 없음’이 내 결론이었다.


자기 전 유튜브를 보다가 잘못된 게 뭔지 알게 됐다. 이날은 마이클 샌델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란 책을 읽었던 날이다. 시장(Market)에서 어떤 재화를 거래하는 행위는 그 재화가 담고 있는 가치를 변하게 하므로 어떤 재화가 시장에서 거래되면 안 되는지 고민해봐야 한다는 게 이 책의 주된 내용이었다. 샌델의 생각은 대체 뭐가 잘못됐는지 알게 해줬다.


돈을 받고 특정 행위를 한다는 점에서, 리액션도 시장에서 재화를 거래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 우리에게 불쾌한 기분을 들게 하는 리액션(모든 리액션이 그런 것은 아니다.)은 인간 존엄성에 반하는 행동을 시장에서 거래하는 행위다. 그런 행위가 거래되기 시작하면 인간 존엄성에 반하는 행위도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무의식 중에 자리 잡게 되고 이는 인간은 존엄하다는 생각을 우리 머리 속에서 조금씩 밀어낸다. 몇 년 전만 해도 리액션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갖고 있던 내가 인터넷 방송을 자주 접하다 보니 리액션을 보고 재밌다는 감정이 들었다. 인간의 존엄성에 반하는 행위도 거래될 수 있다는 생각이 무의식에라도 전제돼야 가능한 일이다. 이 변화는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웃자고 하는 일에 너무 큰 의미를 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웃기는 일과 돈을 받은 대가로 존엄성을 훼손하며 웃기는 일은 분명히 다르다.


급성장하고 있는 인터넷 방송을 고려하면 이 문제는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일이 될 수도 있다. 젊은 층에서는 인터넷 방송이 주류문화로 자리 잡았으며, 유튜버는 초등학생들의 장래희망 1위로 꼽히기도 한다. 때문에 이 문제는 앞으로 우리가 돈으로 존엄성을 살 수 있는 사회에서 살게 될 것인가와 관련된다. 인터넷 방송에서 후원의 대가로 어느 행동까지 가능한가하는 문제도 인터넷 방송의 폭력성, 선정성과 함께 논의되어야 하며 이는 보이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


김민우 취업준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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