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파구리’와 ‘대만카스테라’ <기생충>

배문석 / 기사승인 : 2019-06-06 09: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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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덕후감

봉준호 블랙코미디, 칸 황금종려상 눈길

반지하에 사는 가족이 최고 건축가가 설계한 화려한 저택으로 스며든다. 어떻게? 기생충처럼. 영화 제목이 절묘했다. 그 이름을 붙인 감독이 봉준호라서 불쾌한 장르라도 참아낼 것 같다. 사실 진짜 기생충은 등장하지 않았다. 단지 편하게 즐길 수 없는 코미디에 사회비판을 녹여낸 혼종 ‘짜파구리’ 같은 영화일 뿐.

 


대학입시만 4수를 한 기우(최우식)는 친구 권유로 부유한 박 사장(이선균) 집 큰딸 영어 과외 선생이 된다. 명문대생이라 속이고 조마조마한 맘으로 사모님 연교(조여정) 앞에서 면접을 겸한 첫 수업을 과감히 통과했다. 그리고 집안 식구들이 모두 취직할 계획도 과감하게 세웠다.

 


여동생 기정(박소담)을 제시카란 이름을 붙여 미술치료 강사로 소개시킨다. 그리고 아버지 기택(송강호)이 운전기사로, 어머니 충숙(장혜진)은 가사도우미로 속속 들어간다. 계획이 딱딱 맞아떨어지는 것 같아 쾌재를 불렀는데, 박 사장네가 막내아들 생일에 맞춰 캠핑을 떠난 날 문제가 터진다. 그 집의 터줏대감처럼 일하다 쫓겨난 예전 가사도우미 문광(이정은)이 폭우를 맞으며 대문 앞 초인종을 눌러댄 것이다. 그녀는 무슨 일 때문에 되돌아 왔을까.

 


줄거리 절반을 곰팡이 눅진 냄새가 퀘퀘한 반지하에 모여 사는 날품팔이 인생의 하층민 가족이 상류사회에 스며드는 것으로 할애했다.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기생충을 박멸하는 구충제를 먹을 필요도 없이 자멸하는 과정이다. 물론 절정은 온갖 부조리가 한데 뭉쳐 터지는 한바탕 소동으로 채워진다. 붉은 피가 흥건하게 흐를 만큼 매우 치명적이다. 그리고 속이 불편하다.

 


봉준호는 의도적으로 상층과 하층으로 나뉜 계급을 보여준다. 저택에 사는 IT 재벌 박 사장 가족과 반지하에 사는 기택 그리고 보다 더 밑에 있는 지하 벙커까지. 박 사장과 사모님 연교는 ‘부자라서 착하다’라는 말을 들을 만큼 잘 속는다. 그들은 하층민들이 정해진 선만 넘지 않으면 용납해준다는 기준을 갖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말과 행동으로는 속일 수 있지만 하층민이 풍기는 냄새는 지울 수 없었다. 그리고 하층민들은 서로 단결하지 않았고 서로 기생할 공간을 두고 다툼이 벌어졌다.

 


감독이 만든 이전 작품들을 생각하면 하층 계급에 대한 애정은 낯선 것이 아니다. <설국열차>의 꼬리칸 사람들을 떠올려 보라. 그리고 상층 계급에 대한 풍자는 단편 <지리멸렬>(1994)부터 시작된 것이다. <괴물>과 <마더> 그리고 <옥자>를 거치며 이번엔 21세기 대한민국의 자본주의를 아주 계획적으로 일그러트린 것이다. 웃음 코드도 유쾌함보다 씁쓸함에 가까운 맛인데 매우 일관된 구성이다. 봉준호는 그렇게 상업영화 경계에 작가주의란 애매한 선을 긋고 자유롭게 넘나들 줄 안다. 올해 칸 영화제의 선택을 받은 것도 그가 세운 ‘계획’이 잘 맞아떨어진 것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영화 속 ‘대만카스테라’는 하나의 상징이고 덤이다.

 
배문석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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