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필하모닉의 새로운 별 ‘박경민’

류준하 음악애호가 / 기사승인 : 2019-12-05 09: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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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에 반하다

비올리스트 박경민을 알고 있는 음악팬이 얼마나 될까? 갓 구워낸 빵처럼 신선한 소식은 아니지만 최근 한국인 최초로 베를린 필하모닉의 종신 단원으로 선발됐다는 여러 중앙 일간지의 보도 덕에 그의 이름을 알게 된 사람이 많아졌을 것 같다. 이번 박경민의 소식은 2015년 10월에 열린 세계 최고 권위의 쇼팽 피아노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피아니스트 조성진 이후 우리나라 음악팬들에게 안겨준 가장 큰 선물이 될 것이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 모두 한국인 최초라는 전인미답의 신기록으로 세상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게 되었지만 그러기까지 이들이 쏟은 피나는 노력을 상상해보면 누구나 될 수 있고 또 아무나 누릴 수 있는 영광은 분명 아니다. 

 

▲ 비올리스트 박경민


겨우 오케스트라의 단원으로 선발된 걸 가지고 괜한 부산 떤다고 나무랄 사람도 있겠지만 그게 베를린 필하모닉이라면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뛰어난 오케스트라가 적지 않은 음악계이지만 그중에서도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악단이다. 이 오케스트라는 그 명성만큼이나 단원들을 선발하는 기준도 엄격한 것으로 유명하다. 웬만한 솔로이스트를 능가하는 뛰어난 실력을 갖춰야 함은 말할 필요도 없고 오케스트라가 원하는 음색의 구사, 다른 단원들과의 소통 능력도 중요한 필수 사항이다. 여기에 더해 인성까지도 중요한 평가 항목이다. 


그래서 오디션을 통해 새로운 단원으로 선발되면 곧바로 정단원의 자격을 부여하지 않고 인턴 신분으로 2년 정도 오케스트라와 함께 활동하게 하면서 사실상 다면평가를 실시한다. 그리고 인턴 기간이 만료되는 시점에서 정단원들의 최종 투표를 통해 정식 단원 자격을 결정한다.


어쩌면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당사자에게는 피가 마르는 것 같은 고통스런 시간이었겠지만 오히려 박경민은 그것을 즐기기라도 한 듯 담담한 마음으로 긴장감 넘치는 오케스트라의 연주 일정에 임했다는 소감을 접하고는 아직 어린 나이인데도 참 장하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옆자리, 그 옆자리에도 엄청난 경험을 한 사람들이 앉아있으니 그냥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많이 배웠다”는 그의 또 다른 이야기를 통해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얼마나 굉장한 음악가들이 함께 하는 집단인지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 베를린 필하모닉의 콘서트 장면


빌헬름 푸르트뱅글러와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을 거쳐 클라우디오 아바도, 사이먼 래틀, 그리고 키릴 페트렌코 같은 지휘자가 바통을 이어받으면서 오랜 세월 동안 난공불락의 아성을 쌓고 있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이런 단원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없었다면 가능했을까?


보통 연주자라면 일견 화려하면서도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 독주자로서 자신의 모습을 꿈꾸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 연주자 모두가 독주자의 길을 걷게 되면 그들은 누구의 도움으로 협연을 하고 그 찬란한 박수갈채를 받을 수 있을 것인가? 

 

▲ 클래식 음악의 명소 베를린 필하모니 홀


지금까지 베를린 필하모닉이 제공하는 고품격 온라인 유료 음악 프로그램 서비스인 디지털 콘서트홀을 통해 그들의 아카이브를 즐겨왔지만 이제 박경민이라는 한국인의 소리가 더 추가되는 이 오케스트라의 음악은 분명 새로운 의미와 감동을 안겨줄 것이 분명하다. 


현재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는 다이신 가시모토라는 악장 말고도 대략 6~7명 쯤 돼 보이는 일본인 단원들이 활동하고 있지만 한국인은 지금까지 한 명도 없었다. 그 아쉬움을 비올리스트 박경민이 다소나마 해소해 준 셈이다. 예술도 국력과 무관하지 않은 현실을 감안해 본다면 앞으로도 제2, 제3의 박경민이 계속 나타나기를 기쁜 마음으로 기대해 본다.


류준하 음악 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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