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으로 펼쳐진 세상을 만나다

이기암 기자 / 기사승인 : 2019-11-22 09: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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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의 정책수다’ 울산저널 시민포럼
▲ 조영화 식생활교육울산네트워크 교육팀장(왼쪽)과 박현미 시민기자(오른쪽)


박현미 시민기자(이하 사회)=시민들의 정책수다 울산저널 시민포럼에서는 14번째 주제로 ‘음식으로 펼쳐진 세상을 만나다’를 준비했다. 전 국민이 바른 식생활을 할 수 있도록 식생활교육국민네트워크가 창단된 지 10년째다. 전국 17개 광역시·도와 108개 시군구에서 네트워크가 만들어졌다. 이에 울산네트워크도 9년째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대한민국 밥상의 현재를 보면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가족 간 대화가 한 시간 이내라고 답한 비율이 65%나 된다. 밥상머리 교육이 사라지고 식품첨가물 등 공장형 식품에 과다노출돼 소화비만과 생활습관형 질병 등으로 문제가 많다고 느낀다. 식생활교육지원법에 따라 국민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데 식생활교육국민네트워크라는 단체는 무엇이며 만들어진 배경은 무엇인지, 식생활교육울산네트워크 조영화 교육팀장의 얘기를 들어본다.

“건강, 환경, 배려라는 가치로 먹거리 교육 진행”

조영화 식생활교육울산네트워크 교육팀장(이하 조)=2009년도에 식생활교육지원법이 만들어지고 난 후, 2011년도에 식생활교육울산네트워크가 만들어졌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식생활교육을 진행하고 있는데 건강, 환경, 배려라는 가치로 우리 농산물을 이용해서 국민들에게 식생활 교육을 하자라는 배경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울산네트워크에서는 2011년도부터 지금까지 초등학생들을 주 대상으로 교육했다. 그러다가 지금은 대상이 확대돼 어린이집부터 유치원, 초중고, 경로당 어르신들에 이르기까지 전 생애에 걸친 시민들에게 식생활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사회=식생활교육 울산네트워크도 텃밭 교육을 비롯한 양질의 강사단 육성 프로그램이 있는 걸로 아는데 소개 부탁드린다.
 

조=많은 시민들과 만나 수업 진행을 하고 있는데 텃밭에 직접 가서 체험해보는 것, 농촌에 가서 활동해보는 것, 학교나 유치원으로 찾아가서 이론수업, 미각수업, 다양한 요리실습 등을 진행하고 있다. 식생활교육 강사양성과정도 1년에 한 번 진행하고 있는데, 이 강사양성과정은 울산시민 모두에게 열려있다. 먹거리에 관심 있으신 분들, 그리고 다양한 현장에서 건강한 먹거리를 알려내고 싶은 분들이라면 언제든지 강사로서 활동할 수 있다. 사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전 국민의 식생활교육 강사화’라고 이야기할 정도다. 이러한 취지에 따라 시민들이 강사가 돼서 좋은 먹거리를 실천하고 그것들을 알려낼 수 있다면 모두가 건강한 식생활들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강사양성과정에는 5만 원 정도의 교육비가 있긴 한데, 요리실습부터 전국의 우수한 강사님들을 모셔서 질 좋은 교육을 하고 있다. 교육을 받아보면 5만 원이 전혀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사회=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했으니 세 살 미각도 여든까지 갈 거 같다. 교육의 효과도 만 5세 이하의 영유아에게 가장 효과적일 텐데, 영유아들에게는 어떤 식으로 교육을 하는지?
 

“아이들, 5감 이용한 미각교육으로 채소과일과 친해져”

조=세 살 아이들도 물론 중요하지만, 지금 음식문화를 봤을 때 초·중학교 친구들도 미각교육이 필요하다. 특히 요즘 시대엔 아이들이 채소과일을 먹는 걸 꺼려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아이들이 채소과일과 어떻게 하면 좀 더 친해질 수 있을지 5감을 이용한 미각교육을 진행하는데, 여기에는 채소과일을 직접 만들어보는 것, 썰어보는 것, 또 그 소리를 들어보는 것 등의 교육을 한다. 아이들은 단단한 채소과일들을 씹어 먹을 때 (귀를 막고) 그때 들리는 소리들을 특히 좋아한다. 혹시 지금 이 방송을 보고 있는 분들도 냉장고에 있는 단단한 채소나 과일이 있다면 잘게 잘라서 씹으면서 귀를 막아본다면 굉장히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수업을 했던 한 유치원에서 수업이 끝난 후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점심을 먹고 방과후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데 ‘강사님, 아이들이 모두 귀를 막고 있어요’라면서 점심시간의 즐거운 에피소드를 전해 들었다. 또 중학교 친구 한 명은 ‘파프리카 당근을 이렇게 맛있게 먹어본 경험은 처음이다’라고 얘기하더라. 이 친구는 유치원 때 강압적으로 당근을 먹으라고 했던 트라우마 때문에 힘들었다고 한다. 그때도 지금처럼 채소와 과일들을 즐겁게 만난다면 당근을 피하지 않았을 거라고 아쉬워한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채소과일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줘서 고맙다고 한다.
 

사회=식생활교육네트워크의 활동 성과를 구체적으로 얘기한다면?
 

조=9년째 많은 학생들을 만나면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 안에서 건강과 환경과 배려의 가치들을 잘 녹여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식품첨가물로부터 안전한 건강과 이제는 친환경이 아닌 ‘필(必)환경’이라고 얘기할 만큼 환경문제도 중요하다. 그리고 음식이 나에게 오기까지 전 과정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과거에는 우리가 교육청을 통해 신청을 받아서 수업을 진행했다면 작년과 올해는 우리에게 먼저 수업을 요청하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 북구 보건소 같은 경우는 임산부 대상, 주민 대상으로 수업해달라고 의뢰가 오기도 했고, 또 청소년쉼터에서는 청소년들과 건강한 먹거리를 직접 요리해보는 수업들을 진행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울산과학대학 식품영양학과와도 협업을 맺어 건강한 먹거리를 확대시켜보자고 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청년공공이라는 단체와 함께하고 있는데 ‘청춘아 밥 먹자’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해볼 계획이다. 이 프로그램은 자취생활 등 독립적으로 생활하면서 먹거리를 주체적으로 선택하는 청년들이 건강한 먹거리를 선택해보면 어떨까 해서 계획하는 건데, 건강하다는 의미가 단순히 영양학적 의미보다는 좀 더 확대돼서 ‘음식 문맹’이었던 분들이 ‘음식 시민’으로 변화해가는 모습이 지속된다면 뿌듯할 거 같다. 이처럼 외부에서 우리와 함께하려고 하는 단체들이 많아서 정말 뜻깊게 생각한다.

“울산시 푸드플랜, 좀 더 발전적으로 가야”

사회=건강, 환경, 배려가 주 가치로서 먹거리 생산부터 소비까지 전 과정을 연계하는 로컬순환시스템을 통해 지역민들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보장하고, 도농상생과 지속가능한 먹거리 산업을 도모하는 종합전략이 ‘Food Plan(푸드플랜)’이라고 알고 있다. 하지만 울산지역의 푸드플랜은 행정적으로 약간은 뒤처진 느낌이다. 서울시가 2017년 6월 발표한 서울 먹거리 ‘마스터플랜 2010’과 같은 지역 푸드플랜 정책이 울산에서도 논의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문재인 정부의 푸드플랜이 국정과제 중 하나이고, 서울시의 경우도 핵심과제로 도농상생과 공공급식을 추진하고 있다. 먹거리는 농업, 유통, 교육, 사회복지, 환경 등 다양한 영역의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도구임은 틀림없다. 다양한 사회적 관계망을 확산시켜서 실질적인 논의가 정책으로 연결되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얘기는?
 

조=작년에 고등학교 2학년 학생과 미각수업을 진행했을 때 에피소드가 하나 떠오른다. 그 학생에게 ‘내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추억의 맛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엄마가 주셨던 시원한 보리차 한 잔’이라고 답했다. 답변이 뜻밖이라 그 이유를 물었다. 그 학생은 보통은 정수기에서 물을 떠다 마시는데, 굉장히 더운 어느 여름에 어머니가 시원한 보리차 한 잔을 주셨는데 그 맛이 그렇게 잊을 수 없을 만큼 기억에 남는다고 하더라.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지금은 물 한 잔도 정수기에서 ‘한 모금, 한 컵 그냥 먹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물 한 잔도 이렇게 쉽게 먹는데, 다른 음식들은 어떨까 생각했다. 나도 어린아이를 키우고 있긴 하지만 많은 엄마들이 ‘맘충’이라는 소리 듣기가 두려워 식당에 가면 핸드폰 틀어놓고 아이들이 입만 벌리고 있으면 밥을 먹이는 상황이 많다. 그래서 어떤 식당에서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고, 이와 같은 문화는 무의식적으로 음식 문맹이 될 수밖에 없는 사회적 흐름으로 가고 있다고도 생각한다. 이러한 음식 문맹으로부터 벗어나 건강한 음식 시민이 돼서 건강, 환경, 배려의 가치를 같이 실천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한다. 그런 생각으로 지금까지 여러 현장에서 열심히 식생활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정말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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