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자의 비악(非樂)(2)

김승석 울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 기사승인 : 2019-11-07 09: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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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의 묵자 읽기

묵자는 잉여생산물이 재생산과정에 생산적으로 재투자되거나 인민의 복지에 사용돼야 한다고 생각했으나, 절대적 빈곤이 일반화됐던 당시에 악기 제조와 대규모 음악연주는 하층민의 생업을 억압한다고 보았다. “오늘날 왕공대인은 비록 악기를 만들고 연주하는 일이 국가의 중대사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고인 물을 퍼내거나 흙을 쪼개서 만드는 것이 아니다. 반드시 모든 백성들로부터 세금을 많이 거두어야 큰 종과 북, 거문고와 비파, 피리와 생황의 소리를 연주할 수 있다.”[금왕공대인(今王公大人), 무조위악기(無造為樂器), 이위사호국가(以為事乎國家), 비직부료수(非直掊潦水) 절양탄이위지야(折壤坦而為之也), 장필후조렴호만민(將必厚措斂乎萬民), 이위대종(以為大鍾) 명고(鳴鼓) 금슬(琴瑟) 우생지성(竽笙之聲).]


여기에 지배층의 귀와 눈을 즐겁게 하기 위해 반드시 노인과 굼뜬 사람을 시키지 않고 젊은 사람을 시키기[장필부사노여지자/장필사당년(將必不使老與遲者/將必使當年)] 때문에 생산적 노동을 위축시킨다고 지적하면서, 음악 연주자들의 비생산성을 지적한다. “먹고 마시는 음식이 아름답지 않으면 얼굴과 안색이 보기에 좋지 않으며, 옷이 아름답지 않으면 몸과 거동이 추하고 여위어 보기에 좋지 않다고 말한다. 그래서 반드시 기장과 고기를 먹고 무늬를 수놓은 옷을 입었다. 이들은 항상 먹고 입는 재물을 만드는 데 종사하지 않으면서 항상 남의 것을 먹는다.”[왈(曰) 식음불미(食飲不美), 면목안색부족시야(面目顏色不足視也), 의복불미(衣服不美), 신체종용추이(身體從容醜羸), 부족곤야(不足觀也). 시이식필양육(是以食必粱肉), 의필문수(衣必文繡), 차장부종사호의식지재(此掌不從事乎衣食之財), 이장식호인자야(而掌食乎人者也).]


그리하여 음악은 사회적 분업의 혼란을 야기하고 생산적 노동을 위축시켜 백성들의 생활을 억압하기 때문에 음악을 일삼는 행위를 금지해야 한다고 결론 내린다. 이에 대해 ‘비악(非樂)’을 가장 체계적으로 비판한 사람은 순자(荀子)다. 그는 음악이 “사람의 착한 마음을 감동시키고 사악하고 더러운 기운이 가까이할 수 없도록 하기 때문에[족이감동인지선심(足以感動人之善心), 사부사오지기(使夫邪汙之氣), 무유득접언(無由得接焉)] 화합과 공경, 절제와 조화를 통해 사회를 안정시킨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묵자가 “음악을 부정하는 것은 천하를 혼란스럽게 만든다”고 한다. 장자(莊子) 역시 “노래해야 할 때 노래하지 않고, 곡을 해야 할 때 곡하지 않으며, 즐겨야 할 때 즐기지 않는다면 과연 인정에 가까운가?”[수연가이비가(雖然歌而非歌), 곡이비곡(哭而非哭), 락이비락(樂而非樂), 시과류호(是果類乎)?)] 의문을 제기하며 실행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피하기 어려운 비판이지만 묵자를 위해 변명한다면 묵자는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음악과 연주를 비판한 것이지 음악 자체를 거부하지 않았으며, 자연발생적인 서민의 노동요와 같이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을 표출하는 음악을 반대하지는 않았다고 판단된다. 백성에게 도움이 되지 않으면서 귀족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기 위한 소비적인 음악을 반대할 뿐이다. “악기가 이와 같이 도리어 백성의 이익에 부합한다면 나는 감히 (음악을) 비난하지 않을 것이다. 마땅히 악기의 연주가 성왕들이 배와 수레를 만드는 일과 같다면 나는 감히 비난하지 않을 것이다.”[연즉악기반중민지리역약차(然則樂器反中民之利亦若此), 즉아불감비야(即我弗敢非也). 연즉당용악기(然則當用樂器) 비지약성왕지위주차야(譬之若聖王之為舟車也), 즉아불감비야(即我弗敢非也).]


배와 수레는 무겁고 큰 재화를 쉽고 빠르게 운송하는 데 도움이 돼 군자의 발과 서민의 어깨를 쉬게 해 주는 쓸모가 있다. 그러나 음악은 이와 같은 쓸모가 없으며 많은 재물이 낭비되고 결과적으로 백성의 이익을 해치기 때문에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호화로운 음악이 문화라는 이름으로 귀족의 위세를 과시해 백성을 억압하는 기제로 기능하게 되기 때문이다. 철저한 실용주의자인 묵자의 면모이기도 하지만, 그는 항상 ‘비공(非攻)’, ‘절용(節用)’, ‘절장(節葬)’에서와 마찬가지로 하층민을 대변하면서 그들의 이해관계에 옳고 그름의 기준을 두고 있다. 


김승석 울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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