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구청의 이해 못 할 성희롱 사건 대응

이인호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울산본부 사무처장 / 기사승인 : 2019-05-15 09: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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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깨

지난 3월 울산 북구청 게시판에 공무원노조 북구지부의 성명서가 게시됐다. 일부 고위 간부의 성희롱 및 언어폭력을 규탄하는 내용의 성명서였다. 하지만 내용의 사실 여부에 대한 조사와 징계를 책임져야 할 북구청은 아무런 조사도 실시하지 않았으며, 언급된 간부들은 누가 이런 제보를 했는지 직원들을 추궁하고 심지어 빈정대기까지 했다고 한다.


게다가 성희롱 피해 직원이 국가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음에도 사건을 즉시 조사해야 할 의무가 있는 북구청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결국 피해 직원은 2차 가해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작년 11월 정부는 ‘성희롱·성폭력 근절을 위한 지방공무원 인사관리 지침’을 제정했다. 정부가 공직 내 성희롱 및 성폭력을 근절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며, 앞으로 공직 내 성희롱이나 성폭력 사건이 일어날 경우 기관장이 필요한 조치를 체계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지침이 적어도 북구청 내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정부의 지침을 보면 ‘임용권자 등은 성희롱 및 성폭력 사건의 신고를 받거나 사건의 발생을 알게 된 경우에는 지체없이 사실 확인을 위해 조사를 실시하되 조사과정에서 피해자 등이 성적 불쾌감을 느끼지 아니하도록 하여야 하며 필요시 가해자와의 업무 공간 분리 등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북구청은 사건이 발생한 지 2개월 가까이 위에 해당하는 어떤 조치도, 심지어는 사건에 대한 조사조차도 않고 있었다. 또, 노동조합이 요구한 가해자와 피해자의 분리조차 묵살했고, 결국 피해자는 지속적으로 가해자에게 관리·감독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으며, 이는 고스란히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로 이어졌다. 이는 정부의 인사관리 지침조차도 제대로 따르지 않은 북구청의 명백한 직무유기다.


특히, 가해자가 성희롱 등을 담당하는 부서를 책임지는 국장으로 북구청 성희롱 고충심의위원회를 책임지는 자리에 있었다면 그 즉시 외부기관에 조사를 의뢰해야 함에도 북구청은 이 역시 지키지 않았다.


공직사회에서 벌어지는 직장 내 성희롱은 상하관계가 분명한 계급구조를 가진 공직사회의 특성상 유야무야 덮어지기 일쑤였고,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뀐 채 피해자에게 모든 비난이 쏟아졌다. 결국 피해자가 큰 용기를 내야만 사건이 외부로 알려지고 그제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조사가 이루어지곤 했다. 결국 이들의 용기를 통해 공직사회 성희롱이 많이 사라지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갈 길은 멀기만 하다. 그래서 정부 또한 공직사회 내 성희롱·성폭력 근절을 위한 대책을 세우고, 각 지방자치단체 역시 자체 지침으로 성희롱과 성폭력을 뿌리 뽑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어 성희롱에 대한 공직사회 전반의 인식은 점점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과거의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일부 고위 공직자들의 그릇된 모습은 사람 참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걸 실감하게 해준다.


더불어 북구청의 구태를 못 벗어난 성희롱 사건 대응은 앞장서서 조직을 민주적이고 평등하게 만들 책임이 있는 기관이 사건을 은폐하는 것은 물론 피해자를 2차 가해에 고스란히 노출시켰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북구청은 이제라도 이번 성희롱 사건에 대해 외부전문기관에 조사를 의뢰하는 것은 물론이고,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무기명 전수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덧붙여 조사를 통해 성희롱이 확인된다면 가해자에 대한 분명한 징계로 더 이상 공직사회 내에서 성희롱으로 고통받는 직원이 없도록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이인호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울산지역본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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