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돌잔치와 불공정한 가정 자본주의

유원진 평판 나쁜 아빠 / 기사승인 : 2019-11-07 09: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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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일기

지인으로부터 전화를 한 통 받는다. “형님 잘 지내세요? 저희 아이 돌잔치 해요.”
축하한다고 덕담을 건네고 준비한다고 고생이 많다며 돌끝파(돌을 끝낸 아빠, 엄마는 돌끝맘)로서의 경험으로부터 우러나온 조언도 잊지 않는다. 우리 아이보다 8개월 정도 늦게 태어난 아이다. 같은 해에 태어난 친구지만 생후 8개월의 차이는 아주 큰 것 같다. 나의 아들은 벌써 뛰어다니고 고집도 갈수록 강해져 점점 전투 육아로 전화되고 있는 시점인데 여기는 아직 걷지도 못한다.


어쨌든 2주 후 돌아오는 일요일이다. 언양에 유명한 한식집에서 한다고 한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생각을 하니 조금 설렌다. 그런데 빈손으로 갈 수는 없다(계산기를 두드려 봐야 할 시점이다).


우리 아이 돌잔치에도 초대했기에 축의금을 받았을 테니 이제 돌려줘야 한다. 가만, 그런데 얼마를 받았더라?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앞서 나의 글 ‘돌잔치와 자본주의 심리학’에서 밝혔듯이 아내가 돌잔치 후 지출금을 뺀 축의금 대부분을 가정경제를 윤택하게 만들기 위한다는 명목으로 가져갔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 돈이 가족이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든가, 새 옷을 사 입는 등의 실제적 삶의 윤택함을 위해 지출됐는지는 확실치 않다. 아니 아마 그렇게 쓰이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 아내의 손에 들어간 순간 그 돈은 마치 지하경제의 현금처럼 빠르게 어디론가 증발해 버린 것 같다. 


지나간 일이니 접어두고, 아내에게 얼마를 받았는지 물어본다. 15만 원을 받았다고 한다(헉, 많이도 했다). 그럼 우리도 15만 원을 줘야 한다. 아내는 자기가 10만 원을 낼 테니 나보고 5만 원을 내라고 한다. 순간 이게 웬 떡이냐며 5만 원 정도야 하고 생각하다 갑자기 뒷맛이 찝찝하다.


과연 15만 원 중에 5만 원만 내가 부담한다고 해서 나에게 이득이 맞는지 의문이 든다. 돌잔치 축의금을 대부분 아내가 가져갔으면 돌려주는 금액도 당연히 아내 지갑에서 나와야 하는 것 아닌가. 그대로 아내에게 항변하니 먹히질 않는다.


애초에 이 동생도 아내가 결혼 전 운영하던 독서모임의 멤버였고 나는 아내를 통해 알게 돼 나의 지인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결혼할 때도 축의금은 아내 앞으로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형평성에 어긋난다.
결혼식 때로 돌아가 보자. 결혼식 축의금은 각자의 이름으로 들어오니 각자 가져갔었다. 나보다는 넓은 인맥을 자랑하던 아내는 받은 축의금이 내 것보다 거의 두 배는 많았지만 나는 전혀 불평하지 않았고 탐하지도 않았다(너무 순진하고 바보 같았다). 그런데 돌잔치 축의금은 내 이름으로 들어온 것이 두 배는 더 많았는데 아내가 몽땅 가져가 버렸다. 하지만 아내는 인면수심하게도 축의금을 또 나보고 같이 내라니, 억울해 죽을 지경이다. 


아, 81년생 유원진의 삶은 진정 이런 것인가. 남자라는 이유로 당연하게 가정경제를 책임져야 하며 받지도 않은 축의금을 내야 하고 쥐 꼬리 만한 용돈으로 이렇게 빡빡하게 살아가야 한단 말인가. 


이 글을 읽을 아내에게 지면을 통해 당당하게 선포한다(얼굴 보면서 선포할 용기가 없어서 그런 건 아니다). 이번 돌잔치 축의금 전부 당신이 내! (내가 2주 동안 무사하기를 기원 바란다.)


유원진 평판 나쁜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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