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을 일 없는 때 웃을 일이

백태명 울산학음모임 성독반 / 기사승인 : 2019-11-07 09: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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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태명의 고전 성독

‘지역신문 컨퍼런스’ 수상을 기리며

검찰총장과 법무장관이 환상적인 조합을 이루었다. 검찰을 개혁하는 꿈을 야무지게 꾸었다. 우리들 가슴마다 승리의 축포를 쏘지 않은 사람이 없었을 텐데, 이게 웬 날벼락인가. 촛불혁명으로 온 나라 구석구석 어둠을 몰아내는 변화의 물결이 이는데, 색 바랜 완장을 차고 흰소리 치며 팔을 휘두르는 무리는 제 정신인가? 


많이 변해 좋은 세상에, 변화를 비웃으며, 촛불을 야유하며, 정당한 역사의 진행에 태클을 거는 그들은 누구인가? 바라보니 법무 행정 공무원들이다. 도대체 이들은 어떤 별종이기에, 직속상관인 법무부 장관도, 국무총리도 대통령도 속수무책인가. 밝은 태양 아래 온 국민이 지켜보는 데서 잔인무도한 짓을 스스럼없이 저지른다. 한 가족을 그것도 개혁을 외치는 법무부장관 가족을 갈가리 찢어놓는다. 뒤로 사바사바하며 앞으로 큰소리 땅땅 치고 있다. 


웃음이 사라지고 분노가 치민다. 생업에 매진하며 또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와야 하다니. 더 긴장하고 더 힘을 모으고 더 분발하지 않으면 적폐들 발호에 또 당할 판이다. 웃을 일 없는 이때 울산저널이 큰 상을 받았다. ‘지역신문 컨퍼런스’에서 지역신문발전위원장상을 수상했다. 관계자들의 서산마애삼존불(瑞山磨崖三尊佛) 같은 잔잔한 미소와 서 사장의 양반탈 웃음에 독자들도 덩달아 축하하며 웃는다. 우리 민족은 웃는 민족이다. 깨달아서 웃고, 놀아서 웃고, 이야기를 하며 웃었다. 오늘은 웃긴 이야기 한 자락을 내놓는다.

徐居正(서거정)의 太平閑話滑稽傳(태평한화골계전)에서

金先生善談笑(김선생선담소)하더라. / 嘗訪友人家(상방우인가)한데 / 主人設酌(주인설작)에 / 只佐蔬菜(지좌소채)하며 / 先謝曰家貧市遠(선사왈가빈시원)하여 / 絶無兼味惟淡泊(절무겸미유담박)하니 / 是愧耳(시괴이)라 / 適有群鷄亂啄庭除(적유군계난탁정제)하니 / 金曰君子不惜千金(김왈군자불석천금)이라하고 / 當斬吾馬佐酒(당참오마좌주)하라하니 / 主人曰斬一馬(주인왈참일마)하면 / 騎何物而還(기하물이환)이오 / 金曰借鷄騎還(김왈차계기환)하리라 하니 / 主人大笑(주인대소)하고는 / 殺鷄餉之(살계향지)하더라

<글귀풀이>


金先生 김선생은 / 善談笑 평소에 웃기는 이야기를 잘하더라. / 嘗 일찍이 / 訪友人家 벗의 집을 방문하였는데 / 主人設酌 주인이 술상을 차리기를 / 只佐蔬菜 다만 채소 안주만 내놓고는 / 先謝曰 먼저 용서를 빌며 말하기를 / 家貧市遠 “집이 가난하고 시장이 멀어서 / 絶無兼味 아주 안주가 맛이 없고 / 惟淡泊是愧耳 오로지 싱거운 채소뿐이라 부끄러울 따름이네.” / 適有群鷄 그때 마침 닭 무리들이 / 亂啄庭除 어지러이 뜰에서 모이를 쪼아대는걸 보고 / 金曰 김씨가 말하기를 / 君子不惜千金 “군자는 천금 돈을 아끼지 않는다네. / 當斬吾馬 당장 내가 타고 온 말의 목을 베어서 / 佐酒 술안주를 장만하라!” 하니 / 主人曰斬一馬 주인이 말하기를 “그 말을 베어 술안주로 삼으면 / 騎何物而還 무엇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려는가?”하니 / 金曰 김씨가 말하기를 / 借鷄騎還 “저기 저 닭을 빌려서 타고 돌아가리라!”하니 / 主人大笑 주인이 크게 웃으며 / 殺鷄餉之 닭을 잡아서 안주로 내놓더라.

*除 뜰 제, 啄 쪼을 탁, 佐 도울 좌, 惜 아낄 석, 借 빌릴 차, 餉 먹일 향
백태명 울산학음모임 성독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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