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릿속에 아이 힘 빼기

유원진 평판 나쁜 아빠 / 기사승인 : 2019-07-18 08:5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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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일기

성인 이후엔 리비도, 즉 성적 에너지가 온통 성기에 집중된다고 프로이트가 그랬던가. 그는 틀린 듯하다. 요즘 나의 몸과 마음을 지배하는 것은 성적인 욕망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아이의 에너지를 소비해서 밤에 빨리 재울까 하는 ‘아이 힘 빼기’ 욕망이다.


다시 프로이트로 돌아와서 이제 18개월로 접어드는 아이는 ‘구강기’ 이다. 입으로 모든 에너지가 집중돼 무엇이든 입으로 가져가려 하는 시기 말이다. 하지만 프로이트는 또 틀린 것 같다. 아이는 현재 ‘감각기’다. 온몸의 감각을 다 이용해 보고 맛보고 만지고 냄새도 맡고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다.
아이의 그런 왕성한 리비도와 이제 중년의 시작점에서 점차 사그라져가는 나의 힘없는 리비도의 만남은 항상 내 리비도의 처절한 패배로 끝이 난다. 우리 부부에게 성공한 하루란 아이가 저녁 9시 이전에 잠들어서 다음날까지 한 번도 깨지 않고 자는 날이다. 그러기 위해선 아이의 힘을 어떻게 해서든 소진시켜야 한다.


날씨가 좋고 미세먼지가 없다면 무조건 야외활동을 위해 밖으로 나간다. 이왕이면 잔디가 있는 넓은 공원으로 가서 아이를 방생해 마음껏 뛰어 놀도록 한다. 하지만 요즘같이 장마철이라 비가 온다면 실내를 찾아간다. 결혼 전에는 관심도 없던 각종 체험관이나 박물관을 검색한다. 울산에 제법 다양한 종류의 체험관이 있는데 하나하나 알아가는 중이다.


지난 주말엔 울주에 있는 생태체험관과 울산박물관을 다녀왔다. 신나게 구경한 아이는 역시 8시 30분에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 무척 신이 난다. 우리 부부는 오랜만에 여유를 즐겨볼까 하고 밀린 집안일을 같이 하고 폼나게 와인 한잔 하면서 넷플릭스나 보려고 했다. 그런데 아이의 힘을 빼느라 같이 에너지를 소비한 탓인지 우리도 집안일을 마무리하고 잠시 누워있는 사이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 다음날 아이가 깰 때까지 아주 꿀잠을 잤다.


프로이트, 당신은 틀려도 한참 틀렸다. 성인기 이후에 육아기를 넣었어야 했다. 육아기에는 성적인 에너지인 리비도는 완전히 사라진다. 이런, 슬프다.


유원진 평판 나쁜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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