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미움받는 다산동물, 멧돼지

한상훈 박사,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소장 / 기사승인 : 2019-09-19 08:42:12
  • -
  • +
  • 인쇄
울산의 야생동물

울산 대곡천 반구대 암각화에는 멧돼지 그림이 많다. 선사시대 이전부터 인간과 밀접한 생활을 해 온 멧돼지는 단백질을 공급해 인구 증가에 큰 기여를 한 야생동물이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부터 서울과 부산, 울산 등 대도시의 도심에도 진출해 시민들에게 공포감을 조성하고, 매년 40~50억 원의 농작물 피해를 발생시켜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주고 미움을 받는 대표적인 야생동물이기도 하다. 호랑이, 표범, 늑대 등 멧돼지를 잡아먹는 천적이 사라져 번식 능력이 높은 멧돼지의 개체 수 증가를 억제하지 못해서 일어난 현상이라고 언론에서 보도하고 있지만, 멧돼지 개체 수는 지난 10여 년간 전국적으로 크게 증감 없이 일정한 수를 유지해 오고 있다. 멧돼지에 의한 피해를 방지하고, 도심에 출몰하는 원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멧돼지라는 야생동물의 생태적 습성을 이해해야 한다. 

 

▲ 물웅덩이에 나타난 수컷 멧돼지(서울 북한산국립공원)


멧돼지는 그들이 속해 있는 우제목의 사슴이나 산양과 달리 몸 덩치에 비해 짧은 다리와 많은 발가락 수, 되새김을 하지 않는 단순한 위, 많은 수의 이빨 및 발달한 송곳니 등의 몸의 구조에 의해 원시적인 동물로 일컬어지고 있다. 


멧돼지는 유라시아대륙 전역에 분포하고 있으며, 한반도에는 북한의 북부지역에서만 서식하는 만주멧돼지와 그 외 지역의 한국멧돼지 2아종이 있다. 산에서 사는 야생 돼지라고 하여 멧돼지(다른 이름 산돼지)라고 부르지만, 반드시 산에서만 생활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멧돼지는 초원이나 구릉, 야산을 원래 서식지로 생활해 왔으나 인간에 의해 산으로 쫓겨 간 야생동물이다. 지금은 산림지역을 주 생활근거지로 삼고, 낮은 구릉 지역 또는 초원, 강, 하천, 호소 주변 등에서도 생활한다. 그리고 민가 부근까지 내려와 농작물을 먹고 가며, 최근에는 대도시 산림지역에서도 생활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환경에서 멧돼지가 살 수 있는 것은 환경적응능력이 뛰어나고, 식물과 동물을 가리지 않고 먹는 왕성한 식성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가 있다. 

 

▲ 과수원에 출몰한 멧돼지의 피해
▲ 서울 은평구와 서대문구 도로 위 산골생태통로에 출몰한 멧돼지 무리


대부분의 야생 포유동물은 한 번에 한 마리씩만 낳지만, 멧돼지는 3마리에서 12마리의 새끼를 낳는 동물 세계의 최고 다산동물이다. 그 때문에 태어난 새끼는 몸이 작고, 체중은 500g밖에 나가지 않는다. 몸이 작아서 체력이 약한 새끼는 잘 죽는다. 젖을 뗄 시기의 생후 3개월 무렵까지 약 1/3의 새끼가 죽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성장이 빠르고, 암컷들은 이른 것은 보통 두 살이 되면 결혼적령기를 맞이한다. 이후 매년 봄에는 어김없이 새끼들을 낳는다. 봄에 새끼를 낳는 이유는 기후가 온화하고 먹이가 풍부하며, 매서운 겨울을 맞이하기까지 새끼들의 성장기간이 길기 때문이다. 간혹 가을에도 어린 새끼멧돼지를 볼 수 있는데, 이것은 봄에 실패한 암컷이 다시 결혼해 낳은 새끼다.

 

▲ 멧돼지 가족의 진흙목욕(서울 북한산)
▲ 멧돼지 집터(새끼 낳은 보금자리)


멧돼지는 원래 대낮에 활동하는 동물이다. 인간들을 경계하지 않는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는 낮부터 해질녘까지 먹이를 찾아다니고 배가 부르면 휴식을 하며 생활한다. 해가 떨어질 무렵이면 먹이 먹는 것을 중단하고 일제히 잠자리로 돌아간다. 잠자리는 지면을 코로 파헤쳐 만든 타원형의 웅덩이로 낙엽 등을 깔아 둔다. 어두울 무렵에는 잠자리 준비도 끝나, 어미 멧돼지는 새끼들과 몸을 접촉해 잠을 잔다. 멧돼지는 잠꾸러기로 다음날 해가 중천에 떠 밝을 무렵 일어난다. 하지만 사냥꾼들에 의해 종일 쫓겨 다니는 지역의 멧돼지랑 서식지가 개발에 의해 좁혀져 민가 주변에서 생활하는 멧돼지는 밤에 먹이를 찾아 활동한다.
활동시간 사이마다 멧돼지는 낮잠을 즐기며, 시원한 물웅덩이나 젖은 점토질땅에서 진흙목욕을 한다. 진흙목욕은 체온조절 외에 기생충을 떨어뜨리거나 다른 멧돼지와의 몸 냄새를 통한 통신 등에도 중요한 기능을 한다.


멧돼지가 섬에서 수 킬로미터 떨어진 육지나 인접 섬으로 헤엄쳐 이동한 것을 마치 믿을 수 없는 놀라운 일처럼 언론에서 보도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사실 멧돼지는 동물의 세계에서 수영 능력이 매우 뛰어난 동물이다. 서해 5도로 알려진 소연평도에는 가끔 약 10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북한 연백평야에서 멧돼지들이 헤엄을 쳐서 건너오기도 하며, 미국에서는 개와 돼지의 수영 시합을 즐기는 지역이 있는데 항상 돼지가 이긴다. 또한 멧돼지는 점프 능력도 뛰어나다. 다리가 짧고 몸통이 굵고 둥글어 외견상 높이 뛰지 못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1미터 50센티미터의 벽을 뛰어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만일 멧돼지의 출입을 막는 펜스를 설치한다면 최소 1미터 80센티미터 높이로 세워야 멧돼지의 출입을 막을 수 있다.

 

▲ 멧돼지는 평소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다. 강원도 인제 설악산국립공원 백담사에 출몰한 멧돼지
▲ 민통선 지역 병사와 멧돼지 가족. 사진=김철한


끝으로 멧돼지는 왜 골프장에 빈번하게 출몰해 잔디밭을 파헤치고 다닐까? 이유는 간단하다. 우선 골프장의 입지환경은 주변이 산림지역이 대부분으로 멧돼지의 서식지와 가깝고 잔디밭은 멧돼지의 먹이원인 곤충의 애벌레나 지렁이, 달팽이 등이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기 때문이다.

멧돼지의 신상명세


● 분류: 우제목 멧돼지과
● 영명: Wild boar
● 학명: Sus scrofa Linnaeus, 1758
● 서식 환경 : 평지 초지대에서 고산 산림지역까지 매우 다양한 환경
● 크기: 몸길이 120∼180㎝. 꼬리길이 15∼50㎝. 몸무게 70∼150kg, 드물게 300kg 이상 나가는 개체도 있다
● 형태: 서식지역과 환경에 따라 몸의 크기와 형태는 차이가 있으며, 암수 성적 이형현상이 뚜렷하다. 머리는 크고, 목은 짧으며 눈은 작고 귀는 비교적 큰 편이다. 콧등에는 2개의 송곳니가 뻗어 나와 있다. 몸에 비해 짧은 네 다리를 지닌다.
● 생태: 적응력이 강하고 행동이 민첩하다. 해 뜰 무렵이나 해질 무렵에 활동성이 강하며, 낮에도 왕성하게 활동한다. 활엽수림 또는 침엽수림 안에서 주로 생활하고 때로는 산림과 접경지역에 있는 농경지대로 내려와 농작물 피해를 입히는 경우가 많다. 시각에 비해 청각과 후각이 발달해 있으며, 몸을 돌이나 나무에 잘 비비는 성질을 갖고 있다. 바람이 없고 햇볕이 잘 드는 따뜻한 남향을 좋아하며 수목이 우거진 곳이나 잡초가 무성한 곳에 땅을 파고 낙엽을 모아 잠자리를 만든다. 보통 년 1회 출산하며, 교미 시기는 12월에서 1월 사이로 암컷 1마리에 수컷 여러 마리가 같이 다닌다. 임신기간은 120일 내외로 5월에 3∼12마리의 새끼를 낳으며 새끼의 양육은 암컷이 전담한다. 생후 1년이면 성체의 크기에 도달하나 성적으로 번식에 가담하는 연령은 만 두 살 이후이며 매년 번식한다. 잡식성으로 온갖 동·식물을 먹는다. 일부다처의 사회로 모계적 집단을 형성하며, 어미와 새끼 이외는 보통 암수 모두 단독으로 생활하나 가끔 암컷 혈연개체들이 모여 작은 무리를 이뤄 생활하는 경우도 있다. 수명은 15∼20년 정도다.
● 분포: 유라시아대륙 전역. 북미와 호주지역의 멧돼지는 사람에 의해 가축으로 도입된 이후 야생화했다.
● 국내 분포: 전국의 내륙과 도서지역. 제주도에는 내륙에서 도입한 멧돼지와 집돼지의 교배개체가 농장에서 탈출해 한라산 일대에 적응 그 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 세부 설명: 국내외의 멧돼지 개체군 변이는 서식지역의 환경과 혈통에 따라 형태적으로 다양하다.

한상훈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장

 

[저작권자ⓒ 울산저널i.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한상훈 박사,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소장

오늘의 울산 이슈

뉴스댓글 >

주요기사

+

많이 본 기사

정치

+

경제

+

사회

+

PHOTO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