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포모사 해상풍력

이종호 기자 / 기사승인 : 2019-09-25 08:3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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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위기의 울산, 바닷바람이 살릴까-부유식 해상풍력>

1. ‘똥바다’ 위에 세운 청정에너지의 꿈
2. 한국 해상풍력산업의 현주소
3. 타이완 포모사 해상풍력
4. 세계 최고의 해상풍력국가 영국
-세계 첫 부유식 해상풍력단지 하이윈드
-서섹스의 꽃 람피온 해상풍력단지
-2050년 탄소 제로에 도전하는 영국
-“울산은 부유식 해상풍력 최적지”
5. 바닷바람이 부유식 해상풍력을 만나면



2025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 20%

2016년 1월 타이완 14대 총통선거에서 ‘탈핵발전’을 공약으로 내건 민주진보당 차이잉원 후보가 당선됐다. 그해 5월 출범한 차이잉원 정부는 2025년까지 모든 핵발전소를 폐쇄하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20%로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액화천연가스(LNG)발전 비중을 50%로 늘리고 45%가 넘는 석탄발전 비중을 30%로 낮춘다는 에너지 믹스 계획도 발표했다. 이듬해 1월 전력법을 고쳐 국영전력회사인 타이파워가 독점한 전력시장을 자유화하고, 95조 1항에 ‘2025년까지 모든 핵발전소 가동을 중단한다’는 조항을 새로 넣었다.


차이잉원 정부의 탈핵 정책은 대정전 사고로 우여곡절을 겪었다. 2017년 8월 타오위엔 다탄 LNG발전소 6기가 가동을 멈추면서 타이완 전체 가구의 64%가 정전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2018년 6월 전력난이 심화되면서 찬핵 여론이 고개를 들었고, 가동을 멈췄던 핵발전소 2기가 다시 운영됐다. 8월엔 마잉주 전 총통이 탈원전 반대 국민투표를 제안했다. 결국 11월 국민투표에서 2025년까지 가동 중인 모든 핵발전소를 완전 중단시킨다는 법 조항을 삭제하기로 결정됐다. 


법 조항은 삭제됐지만 차이잉원 정부의 탈핵 정책은 변함없다. 탈원전 시점도 2025년보다 늦춰질 가능성은 작다. 공정률 98%였던 4호 원전 룽먼 1,2호기는 2014년 대규모 탈핵 시위로 가동 시작 전 폐로가 결정됐고, 설계수명이 끝난 1호 원전 진산 1,2호기와 2023년 설계수명이 끝나는 2호 원전 궈성 1,2호기는 가동 연장이 불가능하다. 가동허가 연장신청을 하려면 설계수명이 5년 이상 남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설계수명이 2025년까지인 3호 원전 마안산 1,2호기는 내년 1월 총통 선거 결과에 따라 운명이 결정된다.


타이완 정부는 2025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태양광 20기가와트(GW), 풍력 6.9GW로 늘릴 계획이다. 풍력은 타이완 서해안을 따라 대부분 해상풍력으로 설비를 늘린다. 2025년 해상풍력을 5.7GW까지 증설하는 게 목표다.

타이완 첫 해상풍력 ‘포모사’ 프로젝트

포모사(formosa) 해협은 중국 본토와 타이완 섬 사이를 가르는 타이완 해협의 다른 이름이다. 포모사는 포르투갈어로 ‘아름다운 섬’이라는 뜻이다. 2017년 4월 타이완 북서부 먀오리현 주난진 앞바다에 세운 로터 직경 120미터 4메가와트(MW) 풍력발전기 2대가 시험 운전을 시작했다. 

 

타이완 첫 해상풍력 파일럿 프로젝트인 ‘포모사1’은 1단계 시운전에 이어 주난진 앞바다 2~6킬로미터 해상 10.27제곱킬로미터 해역에 로터 직경 154미터인 6MW 풍력발전기 20대를 설치(120MW)하는 2단계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 해역의 수심은 15~30미터에 이른다. 올해 안 완공을 앞두고 있는 128MW 포모사1 프로젝트에는 덴마크 오스테드(35%), 일본 제라(32.5%), 호주 맥쿼리캐피탈(25%) 등 외국 자본과 타이완 현지 업체 스완코(7.5%)가 참여하고 있다. 

 

900~1200톤짜리 모노파일, 380톤 트랜지션피스 등 하부 구조물과 길이 87미터, 무게 300톤에 이르는 타워, 250톤짜리 나셀과 허브, 75미터 블레이드 등 발전기 부품들은 주난진 앞바다에서 서남쪽 60킬로미터 떨어진 타이중항에서 부분 조립돼 포모사1 현장으로 옮겨온다. 타이완 중부지역에 하나밖에 없는 국제항만인 타이중항에는 한국 풍력타워 제조업체인 씨에스윈드가 지난해 12월 설립한 현지 조립 공장이 있다. 이곳에서는 1년에 110대의 타워를 생산할 수 있다.

 

▲ 지난 7월 24일 타이완 먀오리현 주난진 앞바다에 조성하고 있는 포모사1 2단계 6MW 터빈 20기 가운데 첫 해상풍력발전기가 설치됐다. ⓒ스완코


포모사1 현장에 인접한 포모사2 부지(사이트)는 주난진 해안에서 9.5킬로미터 떨어져 있다. 수심도 55미터에 이른다. 맥쿼리(57%)와 스완코(25%)가 합작투자해 로터 직경 167미터인 8MW 지멘스 터빈 47기, 378MW 규모로 조성할 계획이다. 터빈은 증속기를 사용하지 않고 영구자석형 발전기를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직결형 터빈을 장착한다. 지멘스가메사는 타이중항에 조립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개발사들은 올해 안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작업이 끝나는 대로 포모사2 사이트를 착공할 예정이다. 벨기에 건설업체 얀데눌그룹, 타이완 포춘전기, 타이완국제항만공사와 공급계약도 마쳤다. 한국 업체들의 참여도 두드러진다. 해저케이블은 얀데눌과 공동으로 LS전선이, 타워는 씨에스윈드가 공급한다. 삼강엠앤티와 현대스틸산업도 오스테드가 개발하는 다른 사이트에 자켓형 기초 구조물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 8월 1일 타이중항에서 만난 켄 모르텐슨 포모사1 건설소장. 뒤에 보이는 노란 기둥이 하부 모노파일과 풍력 타워를 연결하는 트랜지션피스다. ⓒ이종호 기자


포모사3은 타이완 중서부 장화현 해안에서 40~60킬로미터 떨어진 먼 바다에 확보한 3개 사이트에 2GW 규모로 계획하고 있다. 터빈 용량은 12MW로 커질 전망이다. 맥쿼리, 스완코, 독일 EnBW가 손을 잡았다. 데이빗 로스먼 맥쿼리캐피탈 인프라-에너지 담당 글로벌 집행회장은 올해 말 타이완 정부가 경쟁 입찰 공고를 낼 것으로 예상했다. 로스먼 회장은 “포모사3 해역은 수심이 70미터가 넘는 곳도 있다”면서 “고정식은 수심 55미터가 경제성을 가르는 기준인데 기술이 발전해 비용이 더 싸지면 부유식을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 해저에 박혀 가장 밑에서 해상풍력발전기를 지탱하는 모노파일. 타이중항에서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무게가 900~1200톤에 달한다. ⓒ이종호 기자

 

36개 사이트에 10.5GW 해상풍력 계획
2020~2025년 16개 사이트 5.5GW 조성


타이완 경제부 에너지국은 지난해 2월 타이완 서해안을 따라 조성될 예정인 10.5GW 규모의 해상풍력 발전단지 36개 사이트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승인했다. 이 가운데 지난해 타이완 정부의 공개입찰을 통해 낙찰 받은 프로젝트는 모두 16개, 5.5GW 규모다. 2017~2019년 128MW 포모사1 프로젝트(DIP) 이후 진행되는 2020~2025년 5.5GW 2단계 프로젝트(ZAP)이며 여기에 포모사2가 포함된다. 맥쿼리, 독일 WPD, 덴마크 CIP, 오스테드, 캐나다 노스랜드파워 등 글로벌 재생에너지 투자사들을 비롯해 타이완 국내 기업인 스완코, 타이파워, CSC(중국철강) 등이 개발사로 참여했다. 


프로젝트 낙찰가는 MWh당 74~83달러(USD). 지난해 4월 경매에서 낙찰된 3.8GW는 발전차액지원제도(FIT)에 따라 타이완 정부가 타이파워 전력요금과 낙찰가의 차액을 지원해 20년 동안 고정가격으로 공급된다. 작년 6월 경매(1.7GW)에서는 FIT를 적용하지 않았다. 

 

▲ 2025년까지 타이완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 계획. 자료: 타이완 경제부 에너지국


타이완 경제부 에너지국 에너지기술팀장 첸충시엔 박사는 1조 타이완달러(38조 원) 이상이 투자되는 2단계 ZAP 프로젝트가 완수되면 2025년 해상풍력이 전체 발전량의 6%를 달성하고, 취업 인원도 2만 명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타이완 경제부 공업국은 해상풍력의 산업파급효과가 5000억 타이완달러(19조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타이완 현지 업체들의 프로젝트 참여(로컬 콘텐츠)도 늘어날 전망이다. 

 

▲ 타이완 경제부 에너지국 에너지기술팀장 첸충시엔 박사 ⓒ이종호 기자

 

로스먼 회장은 “포모사2의 경우 60개 현지 업체와 계약해 공급사슬(서플라이 체인)을 구축했다”며 “현지 업체를 사용하면 고용창출과 비용절감 등의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단계 프로젝트에서 타이완 정부가 로컬 콘텐츠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거기에 대처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스먼 회장은 “타이완은 해외투자 유치에 적극적이어서 사업이 신속하게 진행됐다”면서 “해외투자와 현지 업체의 공존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데이빗 로스먼 맥쿼리캐피탈 인프라-에너지 담당 글로벌 집행회장 ⓒ이종호 기자

 

해외투자를 적극 유치해 선진 해상풍력산업의 기술과 경험을 전수받고 국내 연관산업을 발전시켜 직간접 고용을 늘리는 것이 타이완 정부의 전략이다. 금융업과 지역 서비스업의 활성화도 기대된다. 첸 박사는 “과거에 이런 대형 프로젝트가 없었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타이완 국내 은행들에게 파이낸싱 경험을 쌓을 기회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면서 “해상풍력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할 때 타이완 은행이 20%를 차지해야 한다는 규정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타이완 에너지국 “달마다 어민 만난다”

대규모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개발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타이완 해협의 복잡한 뱃길(항도)을 구분하고 조정하는 것이었다. 타이완 정부는 법으로 뱃길을 지정해 해상풍력 사이트와 겹치지 않도록 했다. 동시에 어민들에 대한 설득과 타협이 중요했다. 첸 박사는 투명한 정보 제공과 소통을 강조했다. 타이완 에너지국은 매월 한 차례 어민들과 정기 회의를 연다. 첸 박사는 “어민들과 정기적으로 만나 어민들의 생각을 파악하고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 끌어낼 수 있다”며 “정기 회의를 통해서 많은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어민들과 함께 해상풍력이 발전한 유럽 국가들을 방문해 발전사와 정부, 어민들이 어떻게 소통하고 문제를 해결했는지 직접 보고 듣는 것도 도움이 많이 됐다. 첸 박사는 “실제로 방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어민들이 그동안 우려했던 것들을 자연스럽게 해소할 수 있고, 소통할 수 있는 문이 열린다”고 했다.


어민들이 풍력발전소 안에서 경제가치가 높은 고급어종을 양식할 수 있게 정보를 제공하고, 지방정부가 시범 양식장을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다. 어민들이 해상풍력 발전단지 운영·관리(O&M)와 해상관광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개발사와 정부의 몫이다.


샨 워드 맥쿼리 부사장은 “지역사회, 어민과 관계를 맺는 데 스완코가 많이 노력했고, 스완코를 로컬 파트너로 삼아 운이 좋았다”며 “파일럿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지난 4년 동안 지역 어민과 소통을 통해 신뢰를 형성해왔고, 해상풍력의 혜택을 충분히 설득했다”고 평가했다. 또 “타이완 정부의 피해보상 규정을 준수해 건설 과정에서 어민들에게 충분히 보상했다”며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했기 때문에 시간이 걸렸지만 어민들의 생계보장과 고용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워드 부사장은 “포모사에서도 지역사회 지원 프로그램이 있다”며 “교육사업과 주민 우선채용 등 지역사회와 공존을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역사회에 고정된 비율의 금액을 지원하는 타이완 전력 지원 프로그램이 있는데 풍력발전사업에 이익공유 프로그램을 도입하려고 하고 있어서 과거 기준에 준해서 미리 준비하고 있다”면서 “영국의 경우 사업당 규모에 따라 연간 25~50만 파운드의 지역기금을 조성한다”고 말했다.
 

▲ 타이중항에서 풍력 타워를 조립하는 장면. 부두 오른편에 허브와 블레이드가 적재돼 있다. ⓒ이종호 기자

버블커튼으로 돌고래 소음 피해 차단

포모사1 건설 현장에서는 어민들에게 해양 포유류 관찰 교육을 시킨 다음 어민들이 소유한 선박을 포유류 감시 선박으로 투입했다. 워드 부사장은 “돌고래는 청각이 예민해 잠재적 소음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면서 “버블커튼을 이용해 공사할 때 소음이 퍼지는 것을 막았다”고 말했다. 해양동물들이 공사 현장 1킬로미터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공사 30분 전부터 감시 선박을 운영하고 파일 박기 작업의 강도와 속도를 조절(소프트 파일링)해 소음 피해를 줄였다.

이종호 기자, 통역=원영수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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