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 도입 5주년, 쟁점과 과제

이승진 (사)나은내일연구원 상임이사 / 기사승인 : 2019-07-17 08:3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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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울산

우리나라 노인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가 있다. 기초연금이다. 올해로 시행 5년이 지났다. 기초연금 수급자는 2014년 7월, 제도가 처음 도입될 당시 424만 명이었으나, 현재 520만 명을 넘어섰다. 그동안 100만 명이 늘었다. 한국사회 대다수 노인들은 일제강점기나 해방 직후에 태어나서 한국전쟁을 겪고, 경제발전에 기여했다. 좌우 대립을 떠나서 이 사실은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어려운 시절을 견디며 자녀들을 키우기에 급급했지 노후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못했다. 국민연금에 가입한 적이 없는 노인이 많고, 가입했더라도 노후생활에 충분한 연금을 받는 경우가 드물다. 그래서 기초연금 제도가 도입된 것이다. 


기초연금은 만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소득과 재산 수준이 단독가구일 경우 월 137만 원, 부부가구일 경우 월 219만2000원보다 낮은 노인들에게 지급된다. 그동안 연금액도 계속 인상됐다. 20만 원으로 시작해서 매년 물가인상 만큼 증액됐고, 올해 4월에는 소득하위 20% 이하 저소득수급자부터 월 최대 30만 원을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30만 원은 소득대체율의 6.8% 수준이다. ‘소득대체율’은 경제할동 기간의 평균소득에 대비해서 은퇴 후 소득이 얼마인지를 나타내는 수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소득대체율은 20% 수준이다. 최고수준도 아니고, 평균수준의 1/3이면 우리나라 기초연금은 굉장히 낮은 것이다. 


이런 현실을 감안해서 현 정부는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에 기초연금을 40만 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포함시켰다. 최근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기초연금을 50~60만 원으로 올리자는 제안을 하면서 주목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재원은 어떻게 마련해야 할까? 결국 증세 카드를 꺼내야 한다. 하지만 경제성장률이 둔화되고, 구조조정과 실업, 일자리 창출의 어려움, 은?퇴직자 증가 등 현재 상황에서는 증세 카드를 꺼내기가 녹록치 않다. 정부도 현실은 인정하지만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기초연금에는 또 하나의 본질적인 문제가 있다. 시작 당시부터 문제가 됐던 ‘줬다 뺏는 기초연금’ 체계다. 기초연금이 오를수록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 가장 가난한 노인 40만 명이 기초연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기초연금을 받으면 다음 달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급여에서 그만큼 덜 받기 때문이다.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생계급여는 정부나 가족들부터 이전되는 소득을 공제하고 지급하도록 돼 있다. 우리나라는 기초연금을 이전소득으로 간주한다. ‘기초연금법’은 기초생활보장 수급 노인에게 기준연금액을 전액 지급하도록 정했지만, 정부가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을 통해 기초연금을 이전소득으로 간주해서 그만큼 빼고 있다. ‘국회에서 법으로 정한 내용을 정부가 시행령을 통해 지급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정부가 만든 시행령이 법률에 위배된다는 말이다. 


이해할 수 없는 문제는 또 있다. 정부에서 이전되는 소득 가운데 근로장려금과 자녀장려금, 보육료, 학자금 등은 모두 이전소득에서 제외시키고 있다. 유독 기초연금만 이전소득에 포함시킨 것이다. 왜 그럴까? 우리나라 복지제도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문제가 ‘신청주의’와 ‘보충성의 원리’다. 신청주의는 ‘직접 신청해야 복지급여와 서비스를 지원해 준다’는 원칙인데 송파 세 모녀 사건 등 ‘복지 사각지대’ 문제가 연이어 불거지면서 정부도 통합관리와 정보 제공을 전제로 개선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보충성의 원리는 아직 뛰어 넘지 못하고 있다. 보충성의 원리는 ‘정부가 정한 생계급여 기준에서 모자란 만큼만 보충해서 지원해 준다’는 뜻이다. 예를 들면 기초생활보장제도 지원을 받는 노인이 기초연금도 받게 되면 바로 위 계층, 그러니까 ‘차상위계층 노인의 수입과 역전되기 때문에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논리의 근거가 된다. 가장 가난한 노인과 조금 덜 가난한 노인을 경쟁시키는 꼴이다. 가장 가난한 사람을 정책에서 배제시키고, 국민을 분열시키고 있다. 하루 빨리 상식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기초연금을 현실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가난한 노인이 차별받는 세상은 이제 마감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꿈꾸는 포용국가에서는 이 문제가 해소되길 기대한다. 


이승진 (사)나은내일연구원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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