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씨들> 고전의 품격에서 각색의 탁월함까지

배문석 / 기사승인 : 2020-03-26 08:3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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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덕후감

소설원작 7번째 영화화, 아카데미 의상상 수상

루이자 메이 올컷이 쓴 고전 소설 <작은 아씨들>이 또 한 번 영화로 만들어졌다. 1917년 영국, 1918년 미국에서 잇달아 무성영화로 만들진 뒤, 1933년 캐서린 헵번, 1949년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주연을 맡은 작품들 모두 고전이 됐다. 

 


배경은 미국 남북전쟁 직후인 1860년대 중후반이다. 이야기는 조 마치(시어셔 로넌)가 출판사를 찾아가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녀는 작가 지망생인데 남자이름을 필명으로 쓰며 원고를 판다. 출판사 사장은 보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장면을 넣어 팔리는 글을 적으라고 강권하고, 원고료마저 후려친다. 어린 시절부터 소설을 쓰고 연극을 만들던 그녀의 꿈이 조금씩 허물어져 낙담도 커져만 간다. 


그 때 동생 베스(엘리자 스캔런)가 아주 위독하다는 전보를 받고 고향으로 돌아간다. 그 곳에서 언니 메그(엠마 왓슨)와 프랑스에서 화가로 활동하던 막내 동생 에이미(플로렌스 퓨)와 모두 재회한다. 그리고 꿈 많고 웃음과 설렘이 가득했던 네 자매의 어린 시절이 교차한다. 

 


소설은 시간 순으로 흘러가 1부와 2부로 계속 이어지지만, 그레타 거윅 감독의 손에서 각색되면서 현재와 과거를 절묘하게 오가며 결말까지 숨 가쁘게 이어진다. 줄거리도 소설과 다르게 강조할 부분과 생략될 부분의 변화가 있다. 그렇지만 각자 다른 꿈과 성격을 지닌 네 자매가 겪어나가는 성장통과 우애는 보다 입체적으로 표현됐다. 다만 메그와 베스의 비중이 줄어든 대신 에이미가 차지한 지분이 커진 것도 마지막에 다다르면 모두 납득될 만큼 탁월한 변주를 이뤘다. 


배우들의 연기도 녹록치 않다. 자매들에게 대고모가 되는 조세핀를 맡은 메릴 스트립이나 엄마 마치 부인을 맡은 로라 던의 연기는 흠잡을 곳 없는 내공을 보여준다. 시어셔 로넌과 플로렌스 퓨가 조와 에이미를 연기하며 보여준 합도 훈훈하다. 단순한 자매간의 관계, 가족애와는 또 다른 감흥을 주기 때문이다. 조에게 과거 첫사랑인 로리((테어도어 로렌스)와 현 시점에 끌리는 프리드리히(루이 가렐) 두 남자와 나누는 연기 호흡 역시 차별화된 색깔로 조화롭게 다가온다. 

 


무엇보다 시련을 겪고 난 뒤 자신의 길을 제대로 찾아가는 결말로 다가갈수록 유쾌함이 증폭된다. 작가로 성장할뿐더러 그토록 힘들게 했던 결혼이란 숙제도 자신만의 해답을 찾기 때문이다. 소설도 작가가 자신의 가족과 삶을 자전적으로 그려낸 것처럼 감독도 애정을 듬뿍 담아 가장 행복한 결말로 안내한다. 

 


작년 말과 올해 초 굵직한 시상식에서 기대만큼의 상복은 없었다.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과 음악상, 오스카상은 여섯 개 부분에 후보에 올라 의상상 트로피 하나를 챙겼다. 그럼에도 그레타 거윗 감독이 두 번 째 연출작 역시 극찬을 받았다. 그녀의 재능이 궁금하다면 데뷔작 <레이디버드>(2017)도 꼭 함께 보길 추천한다. 주연도 같아 비교하는 재미도 있다. 


배문석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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