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당 비례연합’을 제안한다

최병문 논설실장 / 기사승인 : 2020-03-25 08:3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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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정치·시사

더불어민주당이 민주화운동 원로들이 주도한 ‘정치개혁연합’의 손을 뿌리치고 플랫폼 정당 ‘시민을 위하여’와 결합해 18일 ‘더불어시민당’을 창당했다. 선거연합 의향을 보인 녹색당·미래당·민중당 등을 외면함으로써 더불어시민당이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임을 숨기지 않았다. 23일에는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 조정훈 시대전환 공동대표, 권인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등을 비례순번 10번 이내에 배치하고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1번이었던 최혜영 교수와 김홍걸 의장 등을 포함한 영입인사 20명을 11번부터 30번까지 나란히 배치한 비례대표 명단을 확정 발표했다.


이와 함께 더불어민주당 출신 정봉주 전 의원과 손혜원 의원이 주도하는 비례전용 ‘열린민주당’도 창당됐다. 열린민주당은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김진애 전 민주당 의원, 김의겸 전 청와대대변인,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 등의 스타급 ‘뉴스메이커’들을 영입해 전 당원투표로 공천이벤트를 벌였다. 지방에서도 서정성 광주남구의사협회장과 황명필 울산노사모활동가를 발탁 공천하면서 전국 방방곡곡 분위기를 달궜다. 열린민주당은 창당 초부터 각종 여론조사에서 비교적 높은 지지율을 보이면서 이번 총선 최대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더불어시민당의 모(母)정당 더불어민주당은 비례후보 공천에 있어서 군소정당과 시민사회에 앞 순번을 주고 자당 후보를 ‘당선권 후순위’ 11번부터 배치하는 배수진을 쳤다. 친여성향 비례투표 제로섬게임이 되면서 표가 열린민주당으로 흘러가는 것을 마냥 지켜볼 수만은 없는 데다 열린민주당과는 지역구 중도층 표심의 반발을 고려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 열린민주당이 ‘문재인·조국 수호’ 슬로건을 공공연하게 내걸고 문재인 정권 호위무사임을 자처하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 비례투표가 조국수호 세력과 조국타파 세력의 ‘한판 승부’ 구도가 되면 열린민주당의 약진은 무서운 탄력을 받을 지도 모른다. 아니나 다를까, 열린민주당의 마케팅 전략에 말려든 미래통합당은 민주당 공천을 ‘조국 공천’이라고 규정하며 대립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총선 후 열린민주당이 더불어시민당과 함께 범여권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국회법상 총선 후 처음 선출되는 국회의장은 첫 본회의에서 무기명 투표를 통해 재적 의원 과반 득표로 선출되고, 상임위원장도 재적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다득표로 선출된다. 대한민국 국회는 모든 사안을 주로 교섭단체 간 협상을 통해 논의하고 운영한다는 점에서 친여 성향의 별도 교섭단체 전망은 매우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21대 국회에서 공수처를 설치할 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장관과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협회장이 각 1명씩, 여당이 2명, 교섭단체를 구성한 야당이 2명을 각각 추천해 총 7명 위원으로 구성된다. 위원 6명의 동의를 얻어야 공수처장 후보가 될 수 있으니까 야당 추천이 캐스팅보터가 되는 셈이다. 더불어시민당과 열린민주당이 합당해 교섭단체를 구성한다면 캐스팅보터 야당 몫 위원 한명을 추천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 더불어시민당과 열린민주당은 사표방지 차원에서 더욱 위력적이다. 온건한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은 더불어시민당을 지지하고, 강성 지지자들은 열린민주당을 지지할 수 있는 이중 구조를 갖췄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래통합당의 비례위성정당 출현은 선거법 개정 초반부터 일찌감치 예고됐던 만큼 더불어민주당도 잘 짜인 각본을 준비하고 있다가 ‘미래통합당의 의석 탈취를 함께 저지하자’는 여론전 개시 타이밍을 노렸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문재인 정부 후반기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해 범여권 총선 승리는 더불어민주당의 간절한 바람일 것이라 이해한다. 그러나 미래통합당에 이은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 창당 꼼수는 정의당을 비롯한 군소 진보정당들을 준연동형비례대표제의 사실상 최대 피해자로 만들고 말았다. 


이번 총선에서 배신당한 군소진보정당들은 이대로 주저앉아 거대 양당을 규탄만 하고 있어야 할까. 다함께 연대해 비례의석 배분 최소 득표율 3%를 넘기는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진보정당 비례연합'을 해보면 어떨까. 진보성향 유권자들이 사표 걱정 없이 ‘진보정당 비례연합’에 기꺼이 투표할 수 있도록 한다면 이번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 “이념문제나 성소수자 문제 등 불필요한 소모적 논쟁이 될 수 있는 정당과는 같이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진보정당과 거리를 두는 더불어민주당이나 독야청청을 고집하는 정의당은 함께하지 못해도 너무 안타까워하지 말자. 민주노총 공식지지를 받는 민중당과 녹색당, 미래당, 노동당, 사회변혁노동자당 등 여러 정당들이 수평적 지위를 갖고 진보성향 지지자들의 사표심리를 뛰어넘을 수준의 공동보조를 취하면 충분하다. ‘더불어민주당과 선거연합’해서 원내로 진출하는 길이 막혔다면 돌아서서 ‘진보정당 비례연합’을 선택하는 것도 훌륭한 전략 아닐까? 


최병문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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