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차(醱酵茶)의 매력

김상천 시인 / 기사승인 : 2020-03-26 08: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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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향만리

현대인의 문화생활에서 늘 등장하는 말이 웰빙(Well Being)과 힐링(Healing)이다. 웰빙은 본래 복지나 행복의 정도를 의미하나 특정한 생활 방식을 가리키는 유행어로 사용되며 건강에 좋다고 주장되는 제품에 붙이는 수식어로도 널리 쓰인다. 어느 때보다 치유나 건강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가운데 건강식품으로서의 발효음식(醱酵飮食)은 그 인기를 더해 가고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발효식품은 그 지역의 환경과 문화에 맞게 발전해 왔다. 서양에서 치즈(Cheese)가 인기를 얻어 왔다면 한국에서는 된장과 김치라 할 수 있다. 얼마 전 모 방송국에서는 “발효가 사람을 살린다”는 주제로 특별기획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방영했다. 김치와 된장에 대한 극찬이었는데 평소에도 발효음식을 좋아했지만 이제는 그 맛과 매력에 폭 빠졌다.


차(茶)가 원래 웰빙과 힐링에 좋은 기호식품(嗜好食品)이라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다. 그중에서도 발효차의 매력은 날이 갈수록 더해 간다. 차를 분류하는 데는 그 기준이 여러 가지다. 색(色)으로 분류하는 방법과 발효(醱酵)의 정도를 따라 분류하는 방법이 있는데 발효의 정도를 따라 하는 분류에는 ‘비발효차’와 ‘부분발효차’ 그리고 ‘완전발효차’가 있다. 녹차와 백차, 청차(철관음. 우롱)는 비발효차에 속하고 홍차, 황차, 청차(대홍포. 동정우롱)는 부분발효차다. 완전발효차는 흑차(黑茶)와 보이차(熟茶) 등이 있다. 


근래에 와서 보이차가 회자(膾炙)되는 것은 보이차가 발효차이기 때문이다. 특히 보이차 생차(生茶)는 발효돼가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세월의 흐름에 따라 맛과 향의 깊이를 더해 가는 변화무쌍의 매력을 갖고 있다. 일 년에 몇 번씩 익어가는 맛과 향의 변화는 차인(茶人)들에게 재미를 더해 주게 된다. 차(茶)에서 발효란 찻잎에 있는 산화효소의 작용에 의해 찻잎의 성분들이 산소와 화합하는 과정으로 숙성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발효와 건조과정에 따라 맛과 향(香)과 색(湯色) 그리고 기(氣)가 천차만별인데 차인(茶人)들은 여기에 심취해 차를 즐기는 것 같다.

 

▲ 중국 운남 시쌍반나 지역 완성된 보이차.


보이차(耳茶)의 숙차(熟茶)는 1994년 이후부터 중국의 차 시장에서 대중화를 위해 기존의 생차(生茶:점진적, 자연적 발효)에서 악퇴발효(渥堆醱酵:40여 일간 강제발효)를 통해 완전발효된 차다. 그러므로 숙차는 오랫동안 자연적으로 숙성해가는 차가 아니다. 얼마나 오래된 차인가가 별로 의미가 없는 것이다. 그저 한 5년 정도 있으면 숙향(熟香)이 없어지는 상태가 되고 그러면 좋은 것이다. 반대로 생차는 숙차가 생겨남으로 인해 반대 개념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원래 보이차는 생차다. 보이생차(普耳生茶)는 전통적인 보이차로 오랜 세월 동안 천천히 자연적으로 발효되는 차다. 익어가는 모양과 맛과 향이 끊임없이 변화되므로 ‘먹는 유물’이라 할 만하다. 수백 년이 돼도 살아서 작용하는 것이다. 차 시장에서 몇 년도산 보이차인가라고 묻는 것은 바로 생차를 두고 하는 말이다. 따라서 중국의 차 생산지에서는 고급 찻잎(曬靑母茶:쇄청모차)으로는 숙차를 만들지 않고 생차를 만든다. 숙차가 싸구려 차가 된 것은 생산과 공급 면에서 그렇게 시장화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 싸구려 숙차가 들어와서 생차 흉내를 내며 바가지를 씌우는 것이다. 베이징의 마리엔따오 차 시장에 가보면 제대로 된 차청이면 구색으로 숙차 몇 개를 두고 있고 대부분 생차를 취급하고 있으며 이들이 보이차를 이야기하는 것은 생차를 두고 하는 말이다. 숙차는 아예 대화의 주제로 다루질 않는다.


먹는 유물로 세월의 맛을 느끼며 오래된 차의 역사를 말할 수 있어 좋다. 발효차의 매력이다. 오랫동안 익은 차를 마시며 소장자의 정성과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다. 중국 자금성(紫禁城) 창고에서 발견돼 지금은 국보처럼 여기는 ‘만수용단」(萬壽龍團)’이란 보이차는 150년 된 차지만 아직도 살아 무한 작용하고 있다고 한다. 친구도 오래된 친구가 좋다 하지 않는가. 지방 분해 효과가 뛰어나고 콜레스테롤을 낮춰주며 항산화 작용을 하는 발효차, 비발효차(非醱酵茶)와는 달리 성질이 따뜻해서 누구나 아무 때나 먹어도 좋은 발효차, 나는 요즘 발효차의 매력에 푹 빠져있다.


김상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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