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춘 노래 에세이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

김명숙 사회적기업 나비문고 대표 / 기사승인 : 2019-05-15 08: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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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나비문고 인문학서점에서는 올 1월부터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 밤에 주제가 있는 책파티를 엽니다. 정성스럽게 만든 채식김밥과 각종 다과를 준비하고 예쁜 꽃과 약간의 술도 준비하고 함께 할 분들을 기다립니다. 참가비 없습니다.


이번 달은 “내가 아끼는 고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입니다. 고전이라고 하니 나의 삶과 가장 인연이 깊다고 느끼는 책, 대학시절에 읽은 <파우스트>가 딱 떠올랐습니다. <파우스트>를 다시 읽으며 이번 호 울산저널 서평 책으로 정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5월 10일 부산에서 열린 정태춘박은옥 40주년 기념 콘서트에 참석하고나서 변심했습니다. 전국순회 콘서트가 열린다는 사실을 알고 우선 너무 기뻤습니다. 울산 공연이 없어서 부산공연 예매를 하며 아주 오랜만에 설레는 마음으로 콘서트에 참석했습니다. 참석하기 전에 갑자기 정태춘 박은옥에 대한 관심이 급증해 이런저런 자료를 찾아봤습니다. 노래를 중단하고 사진을 찍고 가죽공예도 하고 붓글씨를 쓴다는 사실 정도를 알고 갔습니다.


공연장 로비에 정태춘을 닮은 외유내강형의 아름다운 붓글씨들이 전시돼 있었고 40주년 기념 앨범 <사람들2019>와 시집 <노독일처>, <슬픈 런치>와 에세이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가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나의 시야에서, 대중들의 시야에서 사라진 사람으로 알고 지냈던 내가 좋아하는 시인이 이렇게 자기 이야기를 하며 잘 살아있었다니.


정태춘의 노래 ‘시인의 마을’, ‘떠나가는 배’ 등을 들으며 그가 시인이라는 생각은 일찍이 했으나 그가 시집을 2004년에 출판했다는 사실도 몰랐던지라 놀랍고 반가웠습니다. 바로 책과 기념앨범을 구입했고 이번 달 울산저널 서평은 정태춘의 책을 소개하기로 마음을 바로 바꾸었습니다. 책을 제대로 읽지 않았기에 서평이라 하기는 곤란하고요.


예상대로 소박한 정태춘과 박은옥 씨의 아름다운 공연, 감동적인 공연. 공연 1부 마지막 곡은 ‘5.18’, 시대의 아픔을 이렇게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공연 참가자 모두 5.18을 기념하는 자리였습니다. 2부 ‘양단 몇 마름’이라는 노래 가사를 19세 정태춘이 만들었다는 것, 처음 들었을 때 상당히 황당했던 긴 ‘정동진’ 노래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박은옥 씨의 해설이 있었습니다. 노래가 좀 더 깊이 잘 들렸습니다. 아는 만큼 들리고 감동이 전해지고. ‘92년 장마, 종로에서’ ‘떠나가는 배’ 등 좋아하는 노래를 현장에서 듣는 행복한 시간, 정태춘, 박은옥을 새롭게 만나는 시간이었습니다. 박은옥 씨가 해설을 틈틈이 조금 했었는데 지나가듯 한 몇 마디 말 속에 정태춘의 아내로 살면서 힘들었던 모습이 잘 읽혔습니다. 유순해 보이는, 착해 보이는 남자일지라도 대한민국의 남자라는 사실.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에는 정태춘의 시, 노래가 된 시들이 담겨있습니다. 이번 공연장에서 들었던 것처럼 그 노래의 탄생에 얽힌 이야기와 함께. 그래서 이 책은 정태춘의 노래를 좋아하는 분들, 노래를 아는 분들에게 그 노래, 그 시를 깊이 새롭게 만나는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이 사람은 누구일까? 이 사람과 세상과의 관계는 그리 좋지 않았고 평생을 갈등했다. 이런 사람은 결코 나 하나만이었을까.” 정태춘은 “내 이야기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 나의 이야기를 해왔다”고 말했습니다. 세상과 불화했던 점이 많은 저에게 그의 이야기는 내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의 시, 노래는 위로가 되고 때로 기쁨이 되기도 합니다. 대한민국에 이런 시인, 가수가 있어서 참 다행스럽습니다.


65세의 늙은 목소리로 그가 다시 노래를 부르며, 시를 쓰고 붓글씨를 쓰며 제게 말을 겁니다. 60이 다 되어가는 저는 멋진 친구 같은 정태춘박은옥을 새롭게 만나며 지난 군부독재 시절의 우리들 이야기를, 시장자본에 잠식당해가는 지금을 이야기해 볼 겁니다. 세 권의 책을 쌓아두고 서평을 쓰며 행복에 젖어 봅니다.


시대의 슬픔을 짐 지고 가는 정태춘박은옥에게서 약자들에 대한 깊은 사랑을, 희망을 항시 느낍니다. 울산에서 이들을 만날 수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김명숙 사회적기업 나비문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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