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자연생명력을 채우려면 우포늪으로 가라

이동고 기자 / 기사승인 : 2019-06-20 08: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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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쓰는 자연 이야기
▲ 우포늪은 세상의 온갖 생명체를 길러내는 가이아 여신의 자궁과 같은 곳이다. 무한한 생명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이동고 기자

 

[울산저널]이동고 기자=  적포교 다리를 끼고 있는 삼거리는 몇 개의 다방, 노래방, 노래주점이 있어 신기했다. 문제뿐인 MB의 사대강 개발 속에서도 자전거를 타고 오는 라이더 덕분에 지역 활성화를 이루나 싶었는데 동남아 노동자들이 주로 찾는 곳이라고 한다. 낮에는 힘겹게 일하고 이국땅에서 외로움을 달래느라 번 돈을 그냥 잃는다.

적포교를 건너며 이쪽저쪽 보이는 풍경은 버드나무숲으로 이뤄진 천연 그대로의 강으로 보였다. 우포로 가는 길가에는 모래, 자갈을 채취한 것으로 보이는 작업장과 기계들이 녹슨 채로 방치돼 있다. 사대강 개발의 흔적인가? 뒷정리도 다 하지 못한 현장이 보여주는 단어는 바로 ‘먹튀’다.

오늘은 낙동강 따라 걷기를 잠시 미루고 우포늪을 둘러보는 길이다. 낙동강 하류 방향으로 잠시 걸으면 유어교가 나온다. 다리 아래를 흐르는 물줄기가 바로 토평천이다. 우포늪 근방에서 흘러나온 물은 모두 이곳으로 모여 낙동강과 만난다. 토평천은 늪에서 강으로만 흐르는 건 아니다. 집중호우 때나 홍수기가 되면 낙동강 수위가 평상시보다 7~8m 이상 높아져 낙동강 물이 토평천을 거슬러 올라간다. 이 물이 우포습지에서 내려오는 물과 함께 만나면 습지 수위가 4~5m 이상 크게 올라간다고 한다.


이때 우포늪은 가장 역동적인 시기를 맞는다. 물에 잠긴 육상식물들이 질식하고 잔잔하게 호수를 덮은 개구리밥들은 곳곳으로 흩어진다. 물 속 부유물질이 잎을 덮기도 한다. 하지만 햇빛이 물속으로 잔뜩 들어와 광합성이 늘어나고 산소가 풍부해진다. 홍수가 쓸고 내려가면 늪지는 대혼란처럼 보이지만 새로 차지할 공간이 생기면서 매우 역동적으로 변한다. 낙동강 홍수로 인한 잦은 범람은 넘치는 토사물로 자연제방을 만들었고 그 넘치기가 오랫동안 반복돼 지금의 우포늪이 되었다. 늪은 축축하고 흡수성이 좋지만 배수는 어려운 벼과 식물과 갈대가 썩어 약산성을 띤 이탄질 토양이 바닥을 이룬다.


토평천에 흘러나오는 물은 습지를 채운다. 폭이 좁은 물줄기 주변에는 버드나무가 울창하다. 폭이 넓어지는 곳곳에 작은 습지들이 만들어져있다. 토평천을 건너는 징검다리 옆에는 부챗살처럼 뻗은 왕버들이 하늘을 뒤덮고 있다. 힘찬 물살을 견디며 자란 왕버들 뿌리의 반 이상은 이미 물 에 잠겨있다. 원시의 왕버들나무 군락 안에서 태초의 편안함을 느꼈는지 우리는 왕버들에 기대 가장 한가한 자세로 돌아가며 사진을 찍었다.


우포늪에는 가시연꽃, 마름, 창포, 자라풀, 물억새 등 500여 종의 식물이 살고 있고 이에 깃들여 살아가는 귀한 동물들도 많다. 늪지 규모가 커지자 일단의 무리를 경계하는 새소리가 요란하다. 우포늪은 새들의 세상이다. “우웩웩웩 삐이요 꿱~꿱~ 딱딱따르르르.” 새들은 숲에 막혀 보이지 않는다. 붕어, 메기, 피라미 등 28여 종의 민물고기가 산다고 하니 새들에게도 천국이다. 인근 가야장, 창녕장, 군북장 등에서는 늪지에서 낚아 올린 팔뚝만한 민물고기들이 장터를 가득 메운다고 한다.


이제 토평천을 건너 둑방길을 탄다, 둑방 오른 쪽에는 붉은 양파자루가 쌓여간다. 범람으로 만들어진 넓은 유역에는 둑방만 만들면 기름진 밭이 되었다.
더 올라가면 습지복원지구로 물이 자작한 드넓은 습지가 나온다. 습지가 복원된 공간은 깊은 호수나 연못과는 다르게 수많은 수변식물과 다양한 생명체의 천국이 된다. 우포늪은 인간 이외의 모든 생명체를 만드는 땅이라고 말한다. 그 습지의 생산력은 열대우림이 갖는 생산력과 맞먹는다. 우포생태관이 가까워졌는지 사람들이 많다. 포플러나무가 높이 자란 길을 지나 너른 둑방길에는 자전거를 타고 나온 동남아 노동자들이 간혹 보인다.


버려진 땅으로 여겨졌던 우포늪은 사라질 법한 여러 번의 수난을 겪었다. 메꾸어 인간이 땅으로 만들었던 습지는 조류, 어류, 양서류, 파충류 등 각종 야생동물들의 서식처이며, 특히 겨울철새들의 천국이었다.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개발을 목적으로 한 매립공사가 비용과 기술력 부족으로 중지됐고, 1980년대 낙동강 수계 정비사업과 농토개간 등으로 함안군 영역의 4개 습지는 죄다 메꿔지고 비교적 오지였던 우포늪만 겨우 살아남았다. 1990년대 중반에는 목포늪 부근에 생활쓰레기 매립장을 조성하다 중단됐다.


오래전부터 이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은 곳곳에서 민물고기를 잡고 논우렁을 잡는다. 반환경, 반자연적인 생활에 무뎌져가는 도시인들이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삶을 배울 수 있는 우포늪이 남아있는 것은 정말 다행스럽다.


마지막에 도착한 곳이 성혜림의 생가인 청녕석리 성씨 옛집이다. 우리나라에서 양파를 제일 먼저 재배한 사람이 바로 성찬영 선생인데 1909년 처음으로 지금 ‘모산양파마을’로 유명한 이 마을에 양파를 심었다.


돌아오는 길 창녕읍에 있는 561년(진흥왕 22년)에 건립한 진흥왕 척경비를 둘러봤다. 창녕 순수(巡狩: 임금이 나라 안을 살피며 돌아다니는 것)비로 불리는데 내외 고관들을 모아 놓은 자리에서 왕이 통치의 이상과 포부를 밝히는 한편, 중앙 고관과 지방관이 일치 협력해 백성을 잘 이끌라는 유시를 담고 있다. 늦은 점심으로 먹은 메밀냉국수가 입에 딱 맞았다.


이동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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