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성과 공동성의 도시, 문화와 힐링의 도시를 가다

이동고 기자 / 기사승인 : 2019-11-29 07:4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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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쓰는 자연 이야기
▲ 사진: 책을 보는 것이 아니라 '책문화를 즐긴다'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듯하다. 공간은 아름답고 평온하다. 책을 즐기는 사람들이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받는다. ‘지혜의 숲’에서는 책을 읽으라고 강요할 필요가 없다. 그냥 자연스레 책을 보게 된다. 문화공간이 추구해야 할 공간에 대한 감각을 잘 살렸다. ⓒ이동고 기자

 

[울산저널]이동고 기자=  바른지역언론연대 행사장인 파주 출판단지를 가려면 합정역에서 2200번 버스를 타야 한다. 갈대 무성한 드넓은 한강, 그대로 풀어헤친 하류를 보고 싶었으나 강둑을 타고 가는 버스 안에서는 볼 수가 없었다. 경계에는 강을 따라 그냥 울타리였다가 톱니 회오리 철책선이 전망을 가리며 버스와 나란히 달린다. 그 둑방과 나란히 왕복 8차선 자유로가 달리니 한강으로 접근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행사장은 파주 출판단지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1층에 있는 ‘지혜의숲’이었다. 2014년 6월 19일 개관했는데, 서가에 꽂힌 도서는 총 13만여 권, 기증받은 총 도서는 28만여 권 정도다. 지혜의 숲은 공간은 셋으로 나뉘는데 섹터마다 책의 종류, 운영 시간에 차이가 있다. 1관은 학자, 지식인, 전문가들이 기증한 도서가 있고, 기증자의 연구 분야에 따라 문학, 역사, 철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예술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 시대의 인문학 도서들을 만날 수 있다. 2관은 우리나라 굵직한 출판사들이 발행하고 기증한 책들을 출판사별로 정리해 뒀다. 우리나라 출판의 역사를 보는 듯했다. 2관은 딱딱한 도서관이 아니라 카페로 돼 있어 아이들을 동반한 젋은 가족부터 나이를 초월한 다종다양한 사람들이 찾아온다.


3관은 게스트하우스 지지향(紙之鄕, 종이의 고향)의 로비인데 목재 인테리어와 안락한 소파로 온화한 느낌이다. 중간중간에 들어간 예술작품이 분위기를 품격있게 만든다. 책은 분야별, 출판사별로 모여 있기도 하고, 대부분은 자유롭게 섞여 있다. 이곳 카페는 24시간 운영이라는데 일박한 지지향 객실에는 티브이 대신 책을 담은 책꽂이가 있다.


다음날 해가 뜨기 전 파주 출판단지 거리를 걸었다. 막 동틀 무렵이었는데 건물 위로 갑자기 치솟아 오르는 기러기 떼를 여러 번 만났다. 어떤 무리는 아무 낌새 없이, 또 어떤 무리는 끼륵끼륵 소리를 지르며 날아와 대비시간을 주기도 했다. 어떤 무리는 너무 낮게 날아 겨누는 카메라에 놀라 살짝 방향을 틀기도 했다. 혹 철새를 관찰할 지역이 근처에 없을까?


한강 하류 내륙지역은 일찍이 개발되면서 한강 철책선을 제거하는 일은 지자체나 지역주민들의 숙원사업이기도 했다. ‘군(軍)·지자체, 고양·김포 2개 구간 23.5km 철거 합의, 파주시 구간은 제외’라는 2007년 기사를 보면 철책선은 한강 남단 김포지역 10.6㎞와 한강 북단 고양지역 12.9㎞ 2개 구간으로 23.5㎞이었는데 이것이 작년에 겨우 철거됐다. 당시 김포시는 생활체육공원을, 고양시도 습지생태공원 조성 등을 추진하겠다 했지만 여러 가지 가능성은 열어둔 상태다. 고양환경운동연합은 이곳이 습지보호구역이라 처음에는 철책선 철거 반대 입장을 내놓았지만 장항습지가 습지 탐방과 철새 관찰공간으로 이용되고 있어 예약을 통한 인원 제한 탐방을 현실적인 방안으로 보고 있다.


장항습지는 대륙 간 이동 물새 서식처이자 중간 기착지 역할을 톡톡히 하는 곳이다. 재두루미, 저어새, 큰기러기 등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 20여 종을 비롯해 매년 3만여 마리 물새가 도래해 서식하는 국제적으로도 생태 가치가 있는 곳이다. 버드나무와 말똥게의 공생이 있는 독특한 버드나무 숲과 조수간만의 차이에 의해 형성된 갯골은 국내 대표적인 자연형 하구 특성을 유지해 수려한 경관 가치가 있는 생태계 보고로 391종 식물, 동물상으로는 조류 122종, 포유류 11종, 어류 37종 등이 보고돼 있다.

 

▲ 노출콘크리트로 지은 건물 외벽의 단순한 배경 앞에 심은 굴참나무에 수수한 단풍이 들었다. ⓒ이동고 기자

 

노출 콘크리트 건물을 다 덮은 담쟁이덩굴. 녹이 슨 코르텐강의 표면으로 고색창연한 건물들, 피노키오 동화 상징이 들어간 동화 속 같은 건물도 있다. 현대건축을 모아둔 백화점 같은 분위기가 나서 건축학도들이 단체 견학을 오기도 한다. 자작나무와 참느릅나무, 버드나무가 어우러진 드넓은 초지, 자연스럽게 샛강의 갈대군락이 복원됐고, 생태도시 개념에 맞춰 비정형적으로 상수리나무, 떡갈나무, 소나무 등 근처 심학산에 자생하는 수종을 가로수로 심었다.  


서울에서 사무실 유지비용에 부담을 느끼던 출판사들 몇 군데가 힘을 합해, 한강 하류 심학산 자락 늪지대를 저렴한 가격에 매입, 매립하고 각각의 사옥을 짓는 형태로 1997년부터 조성, 2002년 무렵부터 출판사들이 이주하기 시작했다. 입주사에 세금혜택도 있어 여러 출판사가 차례로 들어왔고 현재도 들어오고 있다. 한국의 웬만한 출판사와 출판인쇄소의 반 이상이 여기에 있다. 한마디로 출판사들이 모여 있는 공업단지다.


출판사 열화당은 책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는데 발행인이 40년 동안 모아온 한문 서적을 비롯한 동서양의 고서와 오래된 예술서적들을 소장하고 있다. 특히 방문한 날에는 한글과 관련한 고사를 모아 전시하고 있어 관심을 끌게 했다. 발행인의 설명에 열정과 소장품에 대한 애정이 묻어났다. 주인의 배려로 들어가 본 플럼라인은 건축대상을 수상한 건물로 사진, 건축, 예술, 기독교 등의 인문서적, 마당에 하늘을 받친 방사형의 마로니에 나무가 시선을 끈다.


출판사 등과 개인 공간은 주말은 쉬고 평일에는 바쁘다. 학생들이 단체로 체험학습을 많이 온다고 한다. 파주시가 내세우는 것은 ‘인간성과 공동성의 도시’, ‘책의 도시’, ‘건축도시’, ‘문화와 힐링의 도시’, ‘교육도시’, ‘지속가능성의 도시’다. 울산시민에게는 생소한 것들이 많았다.


이동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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