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과 학교

천창수 화암중학교 교사 / 기사승인 : 2019-10-31 07:3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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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톺아보기

지난 토요일 아내와 함께 영화 ‘82년생 김지영’을 봤다. 여성들이 겪는 성차별의 모습을 잔잔하게 보여줬다. 직장에서는 능력이 있음에도 육아 때문에 회사 일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편견으로 승진에서 탈락하고, 커피 심부름을 해야 하고, 화장실 몰카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일이다.


고등학교에 다닐 때 치한에 쫓기는 주인공에게 아버지는 “굴러오는 바위를 피하지 못하면 그건 네 책임”이라며 주인공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명절에 시댁에 가도 음식부터 설거지까지 모두 며느리 몫이다. 아내를 도와주려는 남편의 마음은 고맙지만 그조차 주인공은 시댁의 눈길에 부담스럽다. 친정에 가면 또 어떤가? 부엌일은 아들이 아니라, 딸들의 차지가 된다. 물론 영화에서 대접받는 아들은 미안해한다. 아들에게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나는 교사다. 영화를 보며 학교에서는 성평등이 어떤지, 서로 다른 성이 어떻게 서로 존중하며 행복하게 생활할 수 있는지, 교육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생각해봤다. 82년생이 아닌 57년생인 내가 보기에는 성평등에 관한 한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우리 학교의 경우 남녀분리학년인 2~3학년은 앞반이 여학생반이다. 남녀합반인 1학년의 경우에는 학급 내 번호는 남녀 구분 없이 가나다순이다. 그래서 학년 초에는 이름만 갖고는 남녀 구분을 하기 어려운 학생들도 가끔 있다. 교복으로 바지를 입는 여학생들도 꽤 있다.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가 꽤 높아지고 학교에서 여학생의 지위가 높아지면서 페미니즘에 대한 반발이 심해지고 남학생들이 차별당하고 있다는 착시에 빠져 불만을 터뜨리는 남학생들이 늘고 있다. 이 문제는 올바르게 해결되지 않으면 성대결로 치달아 불필요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학교에서의 성평등’을 주제로 원고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막상 글을 쓰려고 우리 학교에서는 성평등 교육을 어떻게 하고 있지라고 더듬어 보니 내가 정말 아는 게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게 정말 심각하구나라는 생각에 미쳤다.


한 학기에 한 시간 성평등 교육을 하게 되어 있나, 두 시간 하게 되어 있나? 각 학급마다 강사가 들어가서 교육을 했나, 방송으로, 아니면 체육관에 모아 놓고 교육을 했나? 어떤 강사가 와서 무슨 내용으로 교육을 했나?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교사들조차 성평등 교육을 모두가 함께 해 나가야 할 문제라고 인식하지 못하고 담당교사가 알아서 할 문제라고 방치하지는 않았는지 반성을 하게 된다.


가정에서, 이어서 학교에서, 그리고 사회에서 올바른 성평등 문화를 조성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청소년기에 학교에서 성평등 감수성을 키우고 제한된 사회이긴 하지만 학교에서 성평등 문화를 체화해 간다는 것은 직장과 사회에서 서로 다른 성이 서로 존중하며 서로 힘이 되는 관계를 만드는 데 초석이 될 것이다.


학교에서 사용하는 교과서에 고정된 성역할을 암시하는 삽화가 있는지, 학교 교가에 그런 표현이 있는지, 학생회 규칙이나 교칙은 성평등적인지 찾아보자. 교사들이 사용하는 언어가 성차별적이지는 않는지 성찰하는 시간도 가져 보자.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에 대한 성평등 교육을 어떻게 하는 게 가장 좋을지 함께 협의해 가는 학교 문화도 만들어 보자.


천창수 화암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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