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것이 왔다

김창현 대한민국 시도지사협의회 남북교류협력 특별위원 / 기사승인 : 2019-10-30 07: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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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올해 초 필자는 ‘남북 공동선언 이행 새해맞이 연대모임’ 참석차 금강산을 찾은 바 있다. 남과 북 해외의 통일인사들이 모여 작년 남과 북 두 정상이 합의한 판문점 선언과 평양 공동선언의 실천을 논의하는 뜻깊은 자리였다. 오랜만에 찾은 금강산. 감흥에 젖기에는 너무 낡고 을씨년스러웠다. 안 그렇겠는가? 10년을 닫아 두었으니 말이다. 참석자들은 굳이 말을 끄집어내지 않았지만 모두 안타까워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북미 간 하노이회담을 앞에 두고 있는 시기인지라 북측인사들은 대단히 향후 정세를 조심스러워했다. 무엇 하나 뚜렷하게 결정지을 수 없었지만 남과 북이 마음을 모아 만든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만은 올해 반드시 열어야 하지 않겠는가 논의한 기억이 생생하다. 


얼마 전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남측에서 건설한 금강산 관광지구의 건물들과 삼일포, 해금강, 구룡연 일대를 돌아본 후 심각한 비판을 했다. “건축물들이 민족성을 찾아볼 수 없는 범벅식”이며 “피해지역의 가설막이나 격리병동처럼 낙후되고 남루”할 뿐 아니라 “손쉽게 관광지를 내주고 앉아서 득을 보려고 했던 선임자들의 잘못된 정책으로 금강산이 10여 년간 방치”됐다는 것이다. 더불어 그는 “흉물들은 다 헐어 버리고 민족적 특성과 현대성을 결합시켜 새롭게 건설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기사를 접하는 순간 들은 필자의 심정은 바로 이것이었다. “올 것이 왔구나.”


작년 역사적인 9월 평양 공동선언에서 두 정상이 합의한 후 누구나 금강산관광은 조속한 시일 내 재개되리라 믿었던 것이 사실이다. 관광은 제재대상도 아닐 뿐더러 새로운 남북관계 시작의 상징으로 적당하고 많은 이들이 간절하게 원하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뿐만 아니라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아무 조건 없이” 금강산관광을 재개하자는 제안을 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상황은 필자의 기대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작년 말 구성된 한미 워킹그룹이 사사건건 우리 민족의 자주적 결정을 방해하며 간섭을 하자 남북관계는 파열음이 나기 시작했다. 하노이 회담은 황당하게 아무 결론 없이 끝났고 이후 한미군사훈련은 재개됐으며 문재인 정부는 엄청난 양의 미국 무기 구매를 결정했다. 이에 맞서 북은 여러 발의 미사일 발사훈련을 단행했고 심지어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실험을 하기에 이르렀다. 


금강산관광은 1989년 고(故)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남측 기업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북한을 공식 방문, ‘금강산관광 개발 의정서’를 북한 당국과 체결하면서 물꼬를 텄고 1998년 금강호가 강원도 동해항을 떠나면서 역사적인 관광 개시를 알렸다. 이후 2003년 육로관광이 시작됐고, 2005년에는 관광객 100만 명을 돌파한 기념으로 KBS ‘열린음악회’가 현지에서 열리기도 했다. 2006년 농협 금강산지점 개소, 2008년 승용차 관광 개시, 금강산 골프장 완공 등 ‘순항’을 거듭하며 관광객 200만 명을 눈앞에 둔 시점, 박왕자 피살사건이 발생했고 금강산관광은 그만 중단돼 버렸다. 책임 공방과 재발 방지 운운하다가 속절없이 10년의 세월이 훌쩍 흘러 버렸다. 그리고 그곳은 누구나 인정하는 ‘흉물’이 됐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사실 심각하게 꼬여 있는 것도 아니다. 금강산관광 재개는 여러 가지 방식이 있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우리 정부의 결단의 문제일 뿐이다. 눈치 보지 말고 과감하게 결단하고 시작하면 될 일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통일단체와 학계, 종교계를 중심으로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재개 운동본부가 구성돼 서명운동을 비롯한 여러 가지 대중운동을 펼치고 있다. 더 이상 정부 간의 결정을 기다리지 않겠다는 마음들이 행동으로 나선 것이다. 울산도 조만간 운동본부를 구성하고 활동을 시작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필자는 지면을 통해 제안한다. 국정농단, 탄핵, 새로운 개혁을 위해 하나같이 일어섰던 그 심정으로 금강산관광 재개 운동의 촛불을 들자. 어려울수록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작년 남과 북이 정말 어렵게 만든 화해와 협력의 새 길을 금강산을 통해 우리 시민들이 나서 더욱 크게 만들어 가자.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 중 한 가지 눈에 띄는 대목이 있다. “남녁 동포들이 금강산을 오겠다고 하면 언제든 환영”한다는 것이다. 그렇다. 손에 손을 잡고 노래 부르며 금강산을 찾아가자.


김창현 대한민국 시도지사협의회 남북교류협력 특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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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현 대한민국 시도지사협의회 남북교류협력 특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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