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원경 인문강좌] 1년 동안 니체…<도덕의 계보>(1)

최미선 전 인문학협동조합 망원경 대표 / 기사승인 : 2020-12-04 00: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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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TV 지상중계

루나와 리브의 니체 썰전
책을 좋아하는 루나와 철학을 가르치는 리브가 벌이는 흥겨운 철학 수다



Q <도덕의 계보>는 어떤 책인가?

루나: <도덕의 계보>는 후기 저술에 속하는 책으로 다른 작품과는 달리 논문적 구성으로 돼 있어서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야. <도덕의 계보>라는 책에 대해서 설명해줘.


리브: <도덕의 계보>는 <선악의 저편>을 쓴 이후 한 달 정도 걸려 쓴 책이야. <선악의 저편>은 아포리즘 글쓰기로 쓴 책이고 <도덕의 계보>는 논문적 글쓰기로 쓴 책이야. <도덕의 계보>는 <선악의 저편>의 주석서를 쓰듯이 세편의 논문을 써서 하나로 엮은 책이지. 


루나: <도덕의 계보>와 <선악의 저편>의 내용이 유사해.


리브: <도덕의 계보>는 <선악의 저편>을 보완해주기도 하지만 독자적인 책이기도 해.


루나: 계보가 족보를 말하는 거잖아. 니체 이전에는 계보학자가 누가 있을까?


리브: 원제가 도덕의 계보학(Zur Genealogie der Moral)인데, 계보학을 니체는 진리 탐구의 방법론으로 끌어들인 것이지. 선과 악을 추적해가는 방식으로 계보학을 사용했어. 이 방식은 20세기에 들어와 미셸 푸코에 의해 유명해졌어. 진리 탐구의 방법론으로서의 계보학은 철학자들이 많이 사용하는 방법론은 아니야. 


루나: <도덕의 계보학>이라고도 하고 <도덕의 계보>라고도 하는데, 철학자들은 ‘학’자를 붙이기 싫어하는 것 같아. 


리브: 번역할 때 <계보>라고 했자. 그러나 Genealogie는 계보학이 맞지.

Q 가치의 가치를 묻다

루나: <도덕의 계보>는 도덕의 가치를 문제 삼고 있어. 가치의 가치를 문제 삼겠다는 건데, 앞의 가치와 뒤의 가치는 같은 의미는 아니야. 어떤 차이가 있을까? 


리브: 가치는 사림들이 선호할 만한 가치가 있느냐를 묻는 메타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어. 


루나; ‘서문’3이 <도덕의 계보>의 문제의식을 잘 드러내주는 문장이라고 생각해. “인간은 어떤 조건 아래 선과 악이라는 가치 판단을 생각해냈던 것일까? 그리고 그 가치 판단들 자체는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이제까지 인간의 성장을 저지했던 것일까 아니면 촉진했던 것일까?”

Q. <도덕의 계보>는 개인적으로 어떤 책이었나?

루나: <도덕의 계보>는 니체의 저작 중 나의 삶을 가장 흔들었던 책이었어. 리브에게는 어떤 책이었나?


리브: <도덕의 계보>는 너무도 많은 가설을 가지고 있어. 심리학적, 사회학적, 어원학적, 역사학적인 관점을 총동원해서 선과 악의 개념을 파헤치지. 그런데 그것이 모두 가설이란 말이지. 나 같은 전문 철학자들은 진리를 탐구하고 검토하는 작업을 하지. 이 가설들이 설득력이 있는지 탐구해봐야 하기에 재밌지만은 않았어.

Q. 귀족의 도덕, 노예의 도덕

루나: <도덕의 계보>에서는 선과 악, 좋음과 나쁨의 발생사를 어원학적으로 역사적으로 따지고 있어. 니체는 선과 악은 노예의 평가 방식이고 좋음과 나쁨은 귀족의 평가방식이라고 보고 있어. 설명이 너무 추상적이야. 구체적인 예를 들어 나를 납득시켜줘 봐.
 


리브: 두 개의 개념 쌍을 니체가 제시하고 있어. 선과 악의 개념 쌍은 노예에게서 나왔다고 설명해. 노예는 계급적 의미가 아니라 삶의 의지가 쇠퇴한 사람들을 부르는 말이야. 좋고 나쁨은 귀족의 정신을 가진 사람에게서 나온 용어지. 니체가 보기에 좋음과 나쁨이라는 가치는 노예의 본성을 가진 사람들이 이 문명을 지배함으로서 선과 악으로 바꿔치기가 됐다는 것이지.


루나: 선호(좋음과 나쁨)의 문제가 선악의 문제로 치환됐다는 것이지.


리브: “저 사람은 참 악한 사람이야, 선한 사람이야”라고 평가할 때, 무언가 내 삶을 고양시키는 데 좋은 것인지 아닌지의 관점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지.


루나: 저 사람이 나쁜지 아닌지의 관점이 아니라 저 사태나 무언가가 내 삶을 고양시키느냐 아니냐의 관점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네. 구체적인 예가 있을까?


리브: <달과 6펜스> 서머셋 모엄, 살면서 꼭 읽어봐야 하는 책 아닌가?


루나: 읽어 보겠어.


리브: 폴 고갱의 삶을 소설화한 책이지. 스트릭랜드라는 인물이 폴 고갱을 모델로 한 인물이지. 스트릭랜드가 마흔이 넘어 홀연 자취를 감추지. 가정과 직장을 다 팽개치고. 알아봤더니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새로운 삶을 택한 것이었어. 스트릭랜드는 말하지. “당신이 물에 빠지면 그 무엇이라도 잡지 않겠느냐. 내가 그림을 그리려는 것은 그와 같은 것이다”라고.


루나: 자기 삶을 위해서 그림을 그려야만 되는 상황에 몰린 것이네?


리브: 스트릭랜드는 상식적으로 보면 나쁜 인간이야. 


루나: 그 말을 하는 걸 보니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문제와 결부된다. 여배우와 유명한 감독의 스캔들.
리브: 그렇지. 전통의 관점에서 보면 자신의 가족을 내팽개치고 자신을 위해서 떠나는 악한 인간으로 묘사될 수 있어. 


루나: 전통적인 우리의 아버지 상에는 맞지 않지. 


리브: 스트릭랜드가 잘못했다는 의견이 많아. 그런데 한 걸음 물러나 다른 관점으로 보자고. 스트릭랜드의 관점에서 보면 그는 범죄행위를 한 것도 아니고 자기 안에서 끊어 오르는 충동을 실현시키고자 했던 거지. 그림 그리고자 하는 충동을 실현시키고자 한 것은 스트릭랜드 본인에게는 악한 것이 아니라 좋은 것이지. 반대로 전통이 스트릭랜드로 하여금 자신의 꿈을 실현시키지 못하게 했다면 본인의 입장에서는 나쁜 것이지. 


루나: 이런 이분법적인 구분이 내가 인생에서 물었던 물음 중의 하나였어. 내가 무언가를 선택할 때 전통의 관점에서는 악할 수 있지만 내 삶의 관점에서 보면 좋은 것인지 아닌지, 이 시선이 굉장히 많이 도움이 됐어.


리브: 우리가 도덕이라는, 관습이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개인의 삶을 짓밟아 왔는지 생각해본다면 이런 니체의 생각은 상당한 메시지를 오늘날에도 주고 있지. 니체가 활동했던 당시가 빅토리아 왕조였지. 그때 당시 여성들이 살기가 쉽지 않았어. 


루나: 지금도 살기가 그리 녹록치 않아.


리브: 빅토리아 왕조 시대엔 가부장적인 사고가 극에 달해 있었어. 코르셋으로 여성들의 허리를 졸랐던 시대였지. 만일 한 여성이 코르셋을 하지 않겠다고 하면?


루나: 탈 코르셋.


리브: 탈 코르셋 하겠다고 하면 관습으로 봤을 때는 악한 거지. 그런데 그 여성의 관점에서 봤을 때는 코르셋을 벗는다는 것은 몸이 편해지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는 것이지. 새로운 삶의 가능성이 그 사람에게 펼쳐지는 거지. 그러면 코르셋을 벗어버리는 것은 좋은 거야. 코르셋으로 쪼으라고 강요하는 것은 그 여성에게는 나쁜 것이지. 


루나: 얼마 전 류호정 국회의원이 생각나네. 류호정 의원이 원피스를 입고 출근하는 게 악은 아니잖아. 


리브: ‘그렇게 해야만 한다’라는 것이 우리의 자유를 억압하고 얼마나 창의력을 억제해 왔는지 생각해보면 니체의 이야기는 상당한 설득력이 있지.

Q. 도덕의 가치란?

루나: 니체가 긍정하는 귀족은 자기를 긍정하는 고귀한 존재야. 그러나 한편으론 어린 양을 잡아먹는 맹금의 모습이기도 해. 다시 말해 자기 긍정으로 충만한 고귀한 인간의 모습과 정복욕으로 가득 찬 이기적이고 잔인한 인간의 모습을 동시에 갖고 있어. 귀족을 자신의 삶의 전형으로 삼고자 하는 사람에겐 주저함이 있는 게 사실이야. 


리브: 맹금과 양의 비유에서 단순히 양육강식의 메시지를 보면 안 돼. 맹금은 양이 있으니까 잡아먹는 거야.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거야.


루나: 양의 입장에선?


리브: 양의 입장에서는 악한 독수리가 우리를 해치려고 하고 있어. 


루나: 착한 우리를.


리브: 독수리는 자신을 긍정함에 있어서 대상을 부정하지 않아. 그러나 양들은 자기 자신을 착한 존재로 규정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 


루나: 악이 필요하지.


리브: 악한 대상을 찍고 상대적으로 우리는 선한 존재가 되는 것이지. 노예의 도덕은 타인을 부정함을 통해서 자신을 긍정하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지. 


루나: 그것을 반동이라고 그러지. 대상에 대한 부정을 통해 반대급부로 생성되는 선함을 얻는 것. 


리브: 자기 자신을 일차적으로 긍정하지 못한다는 것이지. 귀족은 정복자, 파괴자로 보기보다는 자신을 긍정하고 자신의 창조력이나 지배력을 믿고 추진해나가는 사람으로 보는 것이지. 노예는 자신의 눈에 거슬리는 인간을 나쁜 인간으로 규정함으로써 자신을 긍정하는 반동적인 삶을 사는 존재인 것이지. 


루나: 리브는 귀족인가?


리브: 딱 보면 모르겠어?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지.


루나: 나는 귀족의 겸양 중에 ‘무관심’이 가장 마음에 들었어. 귀족, 강자만이 무관심할 수 있잖아. 만일 내가 약자라면 끊임없이 강자의 눈치를 보고 견제하고 그 사람에 대한 반동을 내 안에서 끌어내야 하기에 무관심할 수가 없어. 


리브: 무관심이라기보다는 초연함이라고 할 수 있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나오는 세 단계 변화, 즉 낙타, 사자, 어린아이 중에서 어린아이는 남의 눈치를 보지 않아. 창조하면서 즐길 뿐이지. 귀족의 모습이 그렇다는 거지. 


루나: 그런 면이 내게는 많은 도움을 줬어. 니체의 철학적 사유 중에 리브를 흔들었던 것이 있었을까?


리브: 나는 쉽게 흔들리지는 않아. 니체가 자신의 생각을 묵묵히 쓰는 그 자체가 굉장히 감동스러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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