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아니오”를 외쳐야 한다

한기양 울산새생명교회 담임목사, 평화통일교육센터 대표 기자 / 기사승인 : 2020-12-03 00: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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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남북의 정상이 개성공단 재개를 선언한 지 벌써 2년이 지났다. 이를 촉구하기 위해 이재강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현장집무실을 파주 임진각에 설치했다. 원래 경기도는 남북 양측이 개성공단 재개 선언에 적극 나서 줄 것을 요청하는 차원에서 평화부지사의 현장집무실을 개성공단이 바라보이는 민통선 내 도라 전망대에 설치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당초 조건부 동의했던 관할 군부대가 유엔(UN)사령부의 승인을 얻지 못했다는 이유로 집기 설치를 거부함에 따라, 지난 10일 파주 통일대교에서 이를 규탄하는 온라인 기자회견을 연 후 임진각에 임시집무실을 만들었다. 이재강 평화부지사는 현장에서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평화협력 업무를 수행함은 물론, 통일대교에서 1인 시위를 전개하며 개성공단 재개 선언 이행 촉구와 유엔사의 부당한 승인권 행사에 반대하는 활동을 함으로써, 미국에 대해 “아니오”를 외치고 있다.


경기도는 당초 계획대로 도라 전망대에 집무실이 설치될 때까지 임진각 임시집무실에서 관련 업무를 지속 추진할 방침이라고 전한다. 현장집무실을 중심으로 관련기관·단체와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개성공단 재개 선언 이행 촉구와 남북교류협력사업 추진 등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광역지자체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재강 평화부지사는 “도라 전망대 집무실 설치는 군사적 행위가 아닌 평화 정착을 위한 경기도의 정당한 고유 행정행위”라며 “경기도가 우리 땅 도라 전망대의 문부터 열고 개성공단의 문까지 여는 데 앞장서겠다. 각계각층의 성원과 지지를 당부 드린다”고 밝혔다. 이번 유엔사에 의해 거부된 이재강 평화부지사의 집무실 이전도 결국 최종 목적지는 ‘개성공단 재개’다.
개성공단은 2004년 문을 연 뒤 2016년 폐쇄될 때까지 누적 생산액이 약 3조8000억 원(32억 달러)에 이르는 한반도 경제공동체의 실험장이었으며, 남과 북 노동자 5만5000여 명이 함께 근무한 작은 통일이 날마다 이뤄진 공간이었다. 때문에 개성공단 재개는 남북 화해협력과 평화번영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인 것이다.


그렇다면 유엔사령부의 이번 결정은 정당한 것인가. 그렇지 않다. 평상시 ‘정전협정 유지관리’를 주 임무로 하는 유엔사는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DMZ) 통과·출입허가권을 행사하고 있다. 현행 ‘유엔사 규정 551-4’에 따르면 출입인가 대상은 유엔사 군정위 대표, 유엔사 지시를 받은 정전 관련 특별조사단, 중립국 감독위원, 대성동 주민, 한국군 전방사단 소속 민정경찰, 안보견학장 방문객 등으로 규정돼 있다. 이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 인사들은 사전에 승인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 유엔사의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국방부는 “군사적 성질에 속하는 출입에만 유엔사가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첫 공식 유권해석을 내놓았다.


앞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도 “정전협정상 조항을 보면 유엔사의 허가권은 군사적 성질에 속한 것으로 한정돼 있다”면서 “비군사적 성질에 속하는 환경조사, 문화재 조사, 감시초소(GP) 방문 등에 대한 유엔사 허가권의 법적 근거가 미흡하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유엔사가 비무장지대에 주둔하면서 관할권을 행사하는 것은 군사적 적대행위를 규제하고 중단하기 위한 조치다. 그러므로 지금까지 비군사적 목적의 비무장지대 출입까지 유엔사가 승인해온 것은 정전협정의 취지와 맞지 않다. 따라서 ‘집무실 설치’라는 비군사적인 경기도의 행정행위에 대해 유엔사가 거부한 것은 부당한 주권침해 행위다.
유엔사의 이 같은 월권은 그동안 남북교류협력에 여러 차례 제동을 걸어왔다. 유엔사는 지난 2018년 8월 북쪽 경의선 철도 조사를 위한 우리 정부의 군사분계선 통과 신청을 불허했다. 이 때문에 2018년 4.27 남북정상회담의 주요 합의 사항인 경의선·동해선 철도 현대화 사업은 진전을 보지 못했다. 또 2019년 1월 인도적 사업인 대북 타미플루 지원도 약품을 싣고 갈 화물트럭이 대북제재에 저촉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유엔사가 거부하면서 결국 무산됐다.


남북교류협력에 번번이 치명적인 걸림돌로 작용한 ‘유엔사의 월권’에 대해 이렇게 “아니오”를 외치며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한 정부 내 주요 인사나 정치인은 지금껏 없었다. 문재인 정부는 “비군사적 목적의 비무장지대 출입에 대한 유엔사의 승인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명확히 세운 만큼 이번 기회에 의지를 가지고 이를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1994년 6월 부트로스 갈리 전 유엔 사무총장이 한 말을 인용하면 “주한 유엔사는 유엔 안보리의 산하기관이 아니며, 어떠한 유엔기구도 해체에 대한 책임을 갖고 있지 않다”고 할 만큼 유엔과는 무관한 ‘한미연합사령부’가 ‘유엔군사령부’라 사칭하고 있다. ‘유엔군사령부’를 사칭하며 아직까지 남아있는 이유가 과연 대한민국의 안녕을 위한 것이고 세계평화를 지키려는 것일까? 그 답은 매우 부정적이다.


미국은 ‘우방’이나 ‘혈맹’이라 하지만 도움은커녕 오로지 자국의 이익만을 위해 대한민국에 군대를 주둔하고 있을 뿐이다. 민족의 화합과 통일을 막고 남북분단의 대결‧적대구도를 유지하게 해 ‘안보’란 명분으로 자국의 이익을 우선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 땅을 세균실험장으로 만들어 오염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주한미군의 주둔비용 분담금마저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인상하라는 어이없는 요구를 하고 있다.


소파(SOFA)개정국민행동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이장희 외국어대 명예교수는 “유엔사는 유엔의 하부기구도 아니고 유엔과 아무 관계가 없는 기구임에도 유엔의 이름으로 이 땅에 한반도의 평화 프로세스를 가로막고 대한민국의 주권을 지금 침해하고 있다”며 법적 근거를 문제 삼고 있다. 이른바 ‘유엔사령부’는 그동안 유엔의 이름으로 유엔의 외피를 쓴 미국의 군사기구에 불과하다. 때문에 유엔사는 합법적이라 할 수 없고, 국제기구로 거짓 포장된 유엔사의 허세를 허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DMZ를 가로막고 남북교류를 방해하는 유엔사는 해체돼야 한다. 이미 유엔은 2번이나 이 사령부는 유엔과 무관하고 불법이라며 해체를 촉구한 바 있음을 우리는 계속 강조해야 한다.


한민족 역사상 최고의 협상가였던 ‘서희’는 993년 거란의 수십만 대군의 침공을 받아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한 나라를 뛰어난 외교력으로 물리쳤다. 오늘 우리나라의 외교부와 국방부와 통일부에 ‘서희’와 같은 공직자는 왜 없을까? 매순간 각 분야에서 대미의존도를 하나하나 전략적으로 줄여가야 하는 지혜가 절실한 때다. 이러한 때 이재강 경기도 평화부시장의 결기는 높이 평가해야 한다. 아닌 것은 “아니오”라고 담대하게 외치는 용기를 다른 공직자들도 본받았으면 좋겠다.


한기양 울산새생명교회 담임목사, 평화통일교육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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