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만난 오아시스, 사문진 나루터 주막

이동고 기자 / 기사승인 : 2019-08-15 06:3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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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쓰는 자연 이야기
▲ 대구 달성군은 사문진 나루터를 복원해 주막촌을 열었다. 시민들은 유원지의 여유로움을 즐기고 달성군은 일자리를 만들었다. ⓒ이동고 기자

 

[울산저널]이동고 기자=  낙동강 본류는 삼랑진에서, 울산 배내골에서 밀양댐을 건너 내려온 물인 밀양강과 만나고 창녕군과 함안군, 그리고 의령군이 만나는 삼강정에서 진주에서 흘러온 남강을 만난다. 그 위로 다시 낙동강은 창녕 우포늪 건너편에서 흘러 내려오는 합천 황강과 만나게 된다. 행정구역이 강 지역을 다 쪼개 놨지만 강은 경계 없이 흘렀다.


대구 달성군 경계는 낙동강을 끼고 한참이나 돈다. 낙동강을 가로막은 보가 달성보, 강정고령보, 칠곡보 무려 3개나 된다. 창녕 이방면 무심사 근처에서 시작해 곽재우 장군묘와 국가산단, 이노정을 거쳐 대구교육낙동강수령원을 지나 급 굽이치는 곳에 도동서원이 있고, 다시 현풍을 지나 달성보를 만나는 지점이 달성군을 1/3정도 온 지점이다.


오늘 여정은 달성보에서 출발이다. 오전 9시 반이 지났건만 벌써 푹푹 찌는 날씨다. 이런 날씨에도 낙동강 걷기에 모인 7명이나 되는 동무들이 반갑다. 각오는 하고 왔지만 모든 것은 진짜 걸어봐야 아는 것,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다. 에어컨으로 인한 냉방병과 밤잠을 설치는 누적된 피로, 특히 서울에서 온 동무들은 꼭두새벽에 일어나 이곳까지 온 것이다.


다행히 더운 날씨에도 맑은 하늘을 배경으로 흰 구름이 곳곳에 그림을 만든다. 강둑에 심은 배롱나무 붉은 꽃들이 폭염에 화사한 정점을 찍고 있다. 자전거 타는 이들도 그리 많지 않은 날이다. 대장이 오늘 길은 피할 수 없는 뙤약볕이라고 먼저 알렸다.


뭉게구름 둥둥 뜬 파란 하늘에 피어오른 붉은 배롱나무 풍경이었지만 일자로 쭉 뻗은 허연 콘크리트길은 메마른 사막처럼 비현실적이다. 길가에 핀 메꽃들도 풀이 죽었다. 논 들판엔 이제 간간이 피기 시작하는 벼이삭들이 보인다. 한참을 걷다 처음으로 성산대교 다리 밑 그늘에서 잠시 쉬었다. 연신 물을 들이마신다. 이럴 땐 우리 몸도 증산작용으로 버티는 나무 같다고 생각했다. 물을 많이 마셔 기화열로 몸의 열기를 보낼 수밖에 없다. 목이 마르다고 생각하면 늦어 탈진에 이를 것이라 조언하며 자주 물 마시기를 권했다. 그나마 길가 수양버들 아래 쉴 때 간간이 불어 주는 바람이 기운을 되살려준다. 강변 야구장에서 야구하는 사람을 보면서 ‘폭염과 맞서는 이들이 우리만 아니구나’ 안도의 숨을 돌린다. 저 멀리 큰 무더기의 비슬산과 앞산이 보인다. 강 건너편은 고령땅이다.


험한 산을 앞둔 지친 병사들에게 매실밭을 연상시키듯 조금 더 가면 화원유원지에서 목을 축일 수 있다는 희망으로 걸어 사문진 나루터에 도착했다. 한때 포구로 명성을 누리던 화원읍 성산리 화원유원지가 나루터가 없어지면서 쇠락의 길을 걷자 달성군이 직접 나섰다. 사문진 나루터는 옛날 보부상들이 부산에서 낙동강을 거슬러 대구로 오는 뱃길로 이용됐으며, 특히 1900년 3월 26일 국내 최초로 미국에서 피아노를 들여온 곳으로 알려져 있다.

 

달성군은 사문진 나루터를 역사적, 문화적으로 재조명해 피아노를 소재로 한 콘서트와 뮤지컬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또 달성군은 화원동산 식당가 부지에 옛 나루터의 향수가 있는 주막촌을 복원해,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주막촌이라... 소고기국밥에 깊은 맛이 있다. 사문진 나루터 주막촌 복원은 예천군이 삼강주막촌을 복원한 것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라고 알려져 있다.


나루터에는 팽나무 노거수 한 그루가 길손에게 시원한 그늘을 베풀며 상징물처럼 서 있다. 주변에는 갈망 많은 시민들이 지전에 소원을 써 접어 붙이고는 빌고 있었다. 건물만 덩그러니 생기 없는 태화루와 태화강국가정원에도 사람의 생기를 불어넣을 방안을 고민했으면 한다.

 
잠시 한더위를 피해 쉬고 출발한 길은 벌써 달성습지에 이르렀다. 금호강은 낙동강과 나란히 달려 긴 충적지를 만들었고 그 합수지점에 드넓은 달성습지(2㎢, 약 60만5000평)가 만들어져 있다. 달성습지는 낙동강과 금호강, 진천천과 대명천이 합류하는 지역에 자리한 하천습지다. 보기 드문 범람형 습지로 사계절 다양한 식생을 볼 수 있는 자연생태의 보고다. 이집트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하니 라시드’가 만든 200억짜리 ‘디아크 문화관’이 멀리서 보인다. 지금은 잡풀과 뽕나무, 수양버들이 잔뜩 들어와 있지만 과거 달성습지는 모래사장이 아름다웠고 이곳은 천연기념물 흑두루미 등 철새들의 천국이었다. 지금은 백로나 왜가리 등의 철새와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2종으로 지정된 맹꽁이 등이 살고 있다고 한다.


이제 강정고령보가 보인다. 보는 또 하나의 다리이자 소통의 통로다. 하지만 이 강정고령보에 차량 통행은 되지 않는다. 속사정을 알아보니 계명대 근처 대단위 아파트가 있고 다리만 하나 건너면 훨씬 지가가 싼 고령지역 베드타운 개발붐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니 쓴웃음도 나온다. 빈 보 위로 난 길에는 젊은이들이 전기오토바이를 타고 다닌다.

 
보를 건너 고가의 목도가 설치된 길을 지나 다시 강둑길로 들어서니 서서히 구름을 품은 하늘에 낙조가 지고 있다. 그 무덥던 하루도 낙조와 함께 서서히 저물고 우리 몸도 숨죽은 배추잎꼴이 됐지만 서로 의지하며 모두 같이 해냈다.

 
이동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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