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잼도시가 아닌 유잼도시로…양천구 청년정책네트워크를 찾다

이기암 기자 / 기사승인 : 2021-09-25 03: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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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청년청 김혜진 팀장은 ‘막상 서울 올라왔는데 아무도 반겨주는 사람이 없는 게 가장 힘들다’는 얘기를 청년들에게 많이 들었다고 한다. ⓒ이기암 기자


<기획> 울산의 청년유출 문제와 스타트업 활성 방안


(1) 최근 5년간 감소 중인 울산 인구유출, 해법은 없는가?
(2) 공간문화 조성에 앞장서고 있는 이태원 나인로드(9-road)
(3) 노잼도시가 아닌 유잼도시로…양천구 청년정책네트워크를 찾다


서울 사람 되고 싶은 지방의 청년들


서울의 청년인구비율은 30%를 육박할 정도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분포를 보이고 있다. 서울에 청년인구가 많은 이유가 뭘까. 서울에 대학이 많기도 하지만 서울의 젊은 토박이들은 서울에 머물려고 하고 지방의 청년들도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몰려들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에서 올라온 청년들은 마음먹고 서울살이하러 왔는데 다시 지방으로 내려간다는 것은 마치 서울 생활에 실패해서 내려가는 것처럼 비칠 수 있기에 이 악물고 버틴다는 이들이 많다. 실제 본 기자가 서울의 청년들 몇몇을 인터뷰해 본 결과 ‘서울에서 2~3년만 버티면 서울살이에 성공할 것이다’, ‘다시 지방으로 내려가는 것은 나 스스로 패배를 인정하는 꼴이다’, ‘서울살이가 힘들지만 분명 시간이 흐를수록 지방 친구들과 격차가 벌어질 것이다’라는 답을 들었다.
 

좋은 조건의 직업을 찾아 많은 청년인구가 서울로 몰려들자 서울시도 고민거리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서울로 전입하는 청년들이 외로움 때문에 힘들다고 호소하는 일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서울의 청년들이 안식처가 있고 일정 시간 힐링할 수 있으면 서울시가 굳이 외로움과 싸우고 있는 청년들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칠 이유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서울 청년들은 좋은 직장을 얻고 결혼하기 전까지는 외로움을 극복하면서 힘든 싸움을 해나가야 한다.

청년월세지원 대상자 5배로 대폭 확대
역세권 주택 매입해 저렴하게 공급


서울시는 지방의 청년들이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많은 정책을 고민하고 있다. 우선, 서울시는 서울로 전입해 온 청년들을 환영한다는 의미에서 ‘웰컴박스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청년청 김혜진 팀장은 ‘막상 서울 올라왔는데 아무도 반겨주는 사람이 없는 게 가장 힘들다’는 청년들의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서울시가 특별히 마련한 정책이 웰컴박스 정책이라고 한다. 김 팀장은 “웰컴박스 정책은 한눈에 알아보기 쉽게 서울의 다양한 청년정책을 담은 책자와 함께 신변보호용 호루라기 등 혼자 사는 청년들에게 필요한 상품들을 시에서 제공하고 있는데 올해는 3500명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내년에는 더욱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서울시는 청년들의 주거안정과 사회진출·자립을 위한 사업에 424억 원을 쏟아붓고 있는데 그중 가장 주목할 부분은 청년월세지원 대상 확대와 청년희망플러스통장이다. 김 팀장은 “청년들은 출퇴근이 편한 역세권 주택을 선호하지만 역세권 대부분은 월세가 지방의 3배 이상일 정도로 비싸다”며 “서울시가 조금이나마 청년들이 편하게 출퇴근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자 정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강남에 직장을 잡은 이주연 씨(28세, 금융업)는 “강남 쪽에 집을 얻는 건 꿈도 못 꾸고 그나마 통근하기 쉬운 건대역 쪽에 방을 잡았는데 여기도 최소 월 50~60만 원은 줘야 한다”며 비싼 서울 월세에 혀를 내둘렀다. 이처럼 비싼 월세 부담을 덜기 위해 서울시는 청년월세지원 대상자를 기존 5000명보다 5배 이상 많은 2만7000명으로 대폭 늘려 청년들의 주거비 부담을 덜게 했다.
 

또 역세권을 선호하는 청년들을 위해 역세권청년주택의 민간임대 물량 220호를 서울시가 매입해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공임대로 공급하기로 했다. 올해 하반기 입주 예정인 민간임대 역세권청년주택 입주자에게 임대보증금 50%(1억 초과 시 30%)를 무이자로 융자해주기도 한다. 역세권 주택들의 월세 부담이 굉장히 높았던 청년들에게 시의 이런 지원은 가뭄 속에 단비 같은 정책이다.

 

 

▲ 서울시는 청년월세지원 대상자를 기존 5000명보다 5배 이상 많은 2만7000명으로 대폭 늘려 청년들의 주거비 부담을 덜게 했다. ⓒ이기암 기자

이밖에 서울시청년청은 ‘서울 청년수당’도 대폭 확대했다. 서울 청년수당은 주민등록상 서울 거주 만19세~34세, 졸업 후 2년이 넘은 미취업청년 3만여 명을 대상으로 매월 50만 원씩 최대 6개월간 지급하게 되는데 서울시는 향후 3년간 총 10만 명을 지원할 계획이다.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청년예술지원사업의 경우엔 기존의 ‘청년-기성예술인’간 분리된 지원사업의 한계점을 극복하고 예술인의 경력단계 속에서 지속적인 중장기 관점의 지원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청년예술인의 기준을 ‘창작활동경력’으로 포괄해 산정함으로써 보다 예술현장에 맞는 기준을 정립했다는 평가다. 창작활동을 시작하고 있는 예술인들에게 창작 지원금을 최대 3000만 원과 활동비 300만 원을 지원할 뿐 아니라 작업을 준비하는 구상단계의 예술인들에게도 창작준비지원금으로 200만 원을 지급한다.

500억 원 내외 예산편성 ‘청년자율예산제’

서울시가 잘하고 있는 정책 중 하나인 ‘청년자율예산제’는 시장의 권한인 예산편성권한을 청년시민들에게 실질적으로 이양해 청년층 시민들이 약 500억 원 내외의 예산편성에 참여하는 제도다.


청년자율예산제는 ‘시정숙의형’과 ‘자치구숙의형’이 있는데 ‘시정숙의형’은 서울청년시민회의의 숙의과정을 통해 제안된 정책사업을 편성하는 것으로 분과숙의형과 특별기획형으로 나뉜다. 특별기획형은 분과 구성을 넘어 광역적인 도시문제 해결을 위한 사업을 다루고 있다. ‘자치구숙의형’은 참여자치구별 5억 원의 예산을 자치구 단위 개방적인 공론장을 통한 숙의과정을 거쳐 편성한다. 이를 통해 청년들의 참여공간을 기존 서울시 광역단위에서 개별 자치구 단위로 확대할 수 있게 됐다.
 

동대문구 청년문화 활성화 지원 프로젝트의 경우 관내 청년들의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고 지역 내 우수한 청년문화 배양 및 인프라 구축이 목적이다. 총사업비는 3500만 원으로 관내 3인 이상의 청년모임에 대한 청년문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버스킹, 연극, 글쓰기, 음악, 미술, 무용 등 다양한 소규모 청년문화행사를 지원한다. 청년활동을 지원하는 코디네이터 운영을 통해 지역 내 청년 공간 리스트업 및 정보를 제공하고 청년문화 활동자료를 취합해 정리하기도 한다.
 

총사업비 5600여만 원을 책정해 청년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제로웨이스트 실천 상점’을 모집하고 운영해 일회용품 줄이기 실천 홍보를 하고 있는 ‘청년소상공인과 함께하는 제로웨이스트 마포’. 이 정책은 관내 환경단체, 제로웨이스트상점, 서울청년센터 마포오랑 등 유사 사업 실행 경험이 있는 전문가들로 자문단을 구성하는 내용도 들어있다.
 

마포구 내 친환경 지역 문화 정착을 통해 지역사회에서부터 기후변화 문제 해결에 기여하며 청년소상공인, 청년 1인 가구 등 청년들이 실천할 수 있는 제로웨이스트 실천 문화 사례를 만들어 전 지역으로 확산시킨다는 기대효과를 내세우고 있다. 환경 전문가 집단의 연결망을 구성해 친환경 마포구를 만들기 위한 인적 기반 조성도 기대한다.

‘거버넌스’가 목적, ‘네트워크’는 수단
청년자율예산제에 적극적인 양천구 청정넷


양천구에서 학교를 다니고 자라왔던 강현길 씨. 그는 양천구가 서울에서 노잼도시라고 말한다. 동네의 친구들은 주말만 되면 양천구를 벗어나 홍대나 신촌에서 즐긴다고. 양천구가 노잼도시에서 유잼도시로 가기 위해서 자신이 뭔가 정책도 발굴하고 제안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강 씨는 2기 양천구 청년정책네트워크 부위원장으로 청년자율예산제 자치구 숙의형 사업에도 적극 참여한 당사자다.

 

 

▲ 청년자율예산제 자치구 숙의형 사업에 적극 참여한 강현길 양천구 2기 청년정책네트워크 부위원장. ⓒ이기암 기자

그는 2020년 11월 말부터 12월 중순까지, 서울시 자치구의 청년 참여기구 대표들을 인터뷰하고 콘텐츠로 만드는 서울시청년청 프로젝트에 참여했는데 강서, 구로, 관악, 광진, 금천, 동작, 용산, 성동 8개 자치구 참여기구 대표와 인터뷰를 담당하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었다고 한다.
 

강 씨는 먼저 지역사회 청년 참여기구가 존재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강 씨는 2019년 양천청년네트워크(이하 ‘양청넷’) 1기 모집 현수막 광고를 보고 모집에 지원해 선발되면서 청정넷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사실 그때는 별다른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냥 청년이 정책 결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는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양천구에 또래 친구들도 만날 겸 대외활동을 한다는 느낌으로 들어갔습니다.”
 

강 씨는 첫 청정넷 활동에 대해 동네 또래 친구들과의 만남이 흥미로워 1기 활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2기 때부터 부위원장을 맡고 나서는 생각이 달라졌다고 한다. 1기 양첫넷에서는 한 것이 별로 없었다는 생각에 2기 때부터는 서울시 청년자율예산제 자치구 숙의형 사업에도 적극 참여했다. 몇 주 동안 자료 조사도 하고 회의도 매일 열었다고.
 

지역 청년들의 교류회는 민간에서 얼마든지 이뤄질 수 있지만 지역 청년들의 정책기구는 민간에서 자생적으로 발생하기 어렵기 때문에 ‘거버넌스’가 목적이 되고 ‘네트워크’가 수단이 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게 강 씨의 생각이다. 주민자치회, 정당 활동, 시민단체 등과 같은 활동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로만 모인다면 처음부터 원활하게 거버넌스 활동이 이뤄질 수 있겠지만 대다수 청년은 그렇지 않다.
 

청년 거버넌스에 참여한 청년들은 당장 ‘거버넌스’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고 자신도 그랬다고 한다. 그래서 당장 ‘거버넌스를 해야 한다고 말하기보다는 친목을 다지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보면 지역에서 느꼈던 문제점들을 서로 터놓고 이야기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지역 의제가 자연스럽게 도출된다고 한다. 강 씨는 지역사회 청년 참여기구의 운영방식에 대해서도 미리 정해진 정원이 없어야 하며 참여의사를 밝힌 청년이라면 결격사유가 존재하지 않는 한 모두 참여기구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탈울산문제는 자치단체 영역 벗어난 문제”

김시현 울산시의원은 울산의 청년 문제 중 가장 큰 카테고리는 교육과 일자리 그리고 주거라고 말했다. 2020년 울산 청년 실태조사에서 청년이 원하는 부분 또한 일자리 분야에 대해 대학과 연계한 인턴십, 주거 분야에 대해 주택구매비 대출과 전세자금 대출, 월세 지원이, 부채 관련 정책은 대출이자와 학자금이자 지원이 1위로 나타났다.

 

 

▲ 김시현 시의원은 “청년들의 탈 울산 문제는 사실상 자치단체에서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은 넘어선 것”이라고 말했다. ⓒ이기암 기자

김시현 의원은 “교육 문제에 있어 울산은 58개 학교에 3만502명의 고등학생이 재학 중인데 이 재학생들이 졸업해서 진학할 수 있는 학교는 4개 밖에 없다”며 울산의 대학 수가 더 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김 의원은 “청년들의 탈울산 문제는 사실상 자치단체에서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은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며 “국가균형발전 측면에서 교육의 인프라를 포함해 연계된 관련 기업을 전국으로 분배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을 넘어 전국적인 로드맵이 제시되고 시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그 해결방안으로 청년 세대의 정주 여건 마련을 위해 기업과 연계한 대학 그리고 주거 마련을 하나로 묶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리고 이를 위한 방법으로는 공무원 아파트 특별공급처럼 청년들에게도 아파트 특공제도를 만들어 울산청년들이 울산에서 삶의 터전을 만들고 살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 김 의원의 생각이다.
 

이기암 기자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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